찌라시가 되어가는 일간지...
찌라시가 되어가는 일간지...
일본어 "찌라시 (チラシ, 散らし)"는 어지르다, 흐트러뜨리다라는 뜻의 동사 散(ち)らす의 명사형으로 전단, 광고지를 뜻하는 말로도 쓰였는데 요즘은 흥미성, 낚시성 위주의 삼류 기사를 실은 언론을 일컫는다.
한국을 떠난지 20년 넘었고 그 뒤로 인쇄본 신문을 본게 거의 없어 모르겠지만, 요즘 인터넷판 조선/중앙/동아일보를 보면 이게 한국에서 가장 큰 언론사들이 신문이 맞나 싶은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진다.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아야할 기사 제목을 그저 궁금증만 유발해 어떻게든 클릭 한번 더 하게 만들어보려는 행태는 부지기수이고...
- "테슬라 북미 지역 예약 없는 모델 3 판매 개시" --> "테슬라 OO에겐 모델3 예약없이 판매"
- "앤트맨과 와스프, 개봉 7일만에 300만 관객" --> "이 영화 아직 안보셨나요?"
- "샤넬, 특별한 경험 제공을 위해 임시매장 개설" --> "콧대 높은 샤넬, 왜 길거리 컨테이너 건물로 나갔을까"
- 억대 연봉 강사 내려놓고 음원판매 회사 설립" --> "억대연봉 SAT 강사…지금은?"
- "지사장들 일괄 휴가제 도입한 에스원" --> "한날한시에 간부 200명이 ‘사라지는’ 회사, 알고보니…"
알맹이 없는 기사의 제목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만들거나, 엄청난 과장적 표현을 하거나, 심지어는 기사 내용에는 나오지도 않는 것을 제목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 제목은 "차두리 충격 사실 밝혀져" 실제 내용을 보면 이혼 소송 2번했는데 다 패소했다는 게 전부.
- 제목은 "180도 오븐서 맨손으로 기내식 서비스" 실제 내용은 " 오븐 안 온도가 180도 정도 되는데 거기서 나온 알루미늄 포일 기내식을 맨손으로 잡고 서비스해야 한다"
- 제목은 "2016년,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 망가트린 범인 잡았다"라고 써서 인위적인 뉘앙스를 주지만 착륙하면서 엔진이 폭설로 활주로에 쌓였던 눈에 부딛혀 파손되었다는 게 내용.
나무위키에 의하면 "찌라시"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의 예로
- 반전 요소나 일의 결말을 암시하는 듯하면서 낚는 단어
- 놀라운 일이 발생했음을 암시하는 듯하면서 낚는 단어
- 자랑스러운 상황임을 암시하는 듯하면서 낚는 단어
- 네티즌들의 성적 충동을 일으켜 클릭을 유도하는 단어
등을 꼽는다. 한국 3개 일간지에서 벌어지는 일과 정확히 일치한다. (뭐 비단 한국 일간지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The Times, The Guardian, The Sun등도 마찬가지의 방향으로 걸어간지 오래지만...)
'이것저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어콘이나, 냉장고나... (0) | 2018.10.11 |
---|---|
Tesla 좋은 회사? 나쁜 회사? (0) | 2018.10.02 |
난로 생각이 나는 아침... (0) | 2018.09.25 |
건망증 (amnesia)... (2) | 2018.07.23 |
탁족(濯足) (0) | 2018.07.22 |
남북통일. 정말 가까이? (0) | 2018.04.29 |
Made in Italy? (0) | 2018.01.29 |
노안(老眼)과의 싸움 (2) | 2017.10.15 |
여자의 마음 (0) | 2017.08.08 |
Durian 도전 (0) | 2017.06.23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건망증 (amnesia)...
건망증 (amnesia)...
2018.07.23 -
탁족(濯足)
탁족(濯足)
2018.07.22 -
남북통일. 정말 가까이?
남북통일. 정말 가까이?
2018.04.29 -
Made in Italy?
Made in Italy?
2018.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