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겨울 (1) 아사히카와 공항
홋카이도의 겨울 (1) 아사히카와 공항
대학 전공이 International Relation인 큰 아이는 학사규정상 재학중 한학기를 의무적으로 해외에서 보내야만 한다. 일본을 선택해서 작년 가을부터 도쿄에 체류중이다. 이왕 간 김에 좀 더 있고 싶어 학교에 petition을 냈더니 full credit을 주겠다고 해서 1년을 채우려고 한다.
큰 아이의 겨울방학 기간이 작은 아이 방학과 겹쳐서 가족이 함께 다시 홋카이도(北海道) ski trip을 가기로 했다. 가족들은 도쿄에서 며칠 보내기로 해서, 나만 먼저 홋카이도로 가 "나홀로 여행"을 하다가 3일 뒤 다시 만나기로 하고, 하네다(羽田) 공항 제 2터미날에서 ANA의 자회사인 저가 항공사 Air Do를 탔다.
항공사가 지난 일년 사이에 수속과정을 대폭 개선했는지, 변경 사항이 없는 이상 원래 예약할때 받은 bar code들어간 프린트만 있으면, internet에서의 사전 check-in도 공항에서의 check-in도 필요 없이, 곧바로 계열사인 ANA의 무인 baggage check-in만 하고 게이트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하네다 공항이 나름 붐비는 편인데, 덕분에 공항 제일 끝에 붙은 Air Do 수속 counter까지 갈 필요 없이 금방 수속이 끝났다.
갑자기 시간이 좀 생기고 나니, 아까 공항으로 오던 중 버스 안에서 잠깐 보이던 후지산(富士山)이 생각난다. 혹시 공항에서 보일까 싶어, 지도와 나침반으로 대충 방향을 잡아 주차장 옥상으로 나가봤지만 다른 건물에 가려서 영 보이지 않는다. Air Do 탑승 gate인 제2터미널 북쪽 끝에 가보니 관제탑 뒤로 보일랑 말랑... 더 잘 보이는 곳은 혹시 없나 두리번 거리다가 윗층에 lounge가 있다는 안내판을 보고 올라가 봤는데 3층은 벽으로 막혔고 4층은 임시 폐쇄 -.-;;;
포기하고 gate로 가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래도 내 좌석이 왼쪽 창가인지라 혹시 비행중 보이지 않을까하는 한가닥 남은 기대에, 가방에 카메라를 집어 넣지 않고 기다려 본다. 활주로에서 이륙 대기로 줄 서 기다리는 비행기들...
이윽고 비행기가 이륙하고, 왼쪽 날개 아래로 도쿄만(東京湾)과 오오에도 온천(大江戸温泉)이 있는 오다이바(お台場) 그리고 레인보우 브릿지의 전경이 펼쳐진다.
1년 전 찍었던 레인보우 브릿지의 야경.
북동쪽을 향한 활주로로 이륙한 비행기가 북서쪽으로 잠시 방향을 돌리자, 도쿄 인근의 맑은 날씨 속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한 겨울 후지산의 눈 덮인 자태가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더 멀리 한 산맥의 풍경이 펼쳐진다. 아마도 시즈오카현(静岡県)의 노토리다케(農鳥岳)인 듯 하다.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비행기 창문으로 찍은 것을 떡보정한 것이라 화질은 볼품 없고, 제일 싼 좌석 타면 늘 떡하니 시야를 가리는 비행기 날개가 있어도, 후지산까지 가지 않고 먼 발치에서 찍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
비행기가 다시 진로를 북동쪽으로 조금 수정하면서 우측으로 동체가 기운다. 비행기 날개가 방해하지 않는 후지산의 자태를 한장 더 담아본다.
도쿄지역을 벗어나니 거의 한시간 내내 구름바다만 계속된다. 계속되는 같은 풍경에 지루해 하던 차에 아래쪽에 제법 큰 호수같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책자의 비행기 항공경로도를 보니 혼슈(本州) 북쪽끝에 위치한 아오모리(青森)현에 있는 토와다코(十和田湖)인듯 하다. 이제 곧 츠가루(津軽)해협 바다가 보이겠지.
츠가루(津軽)해협을 건너 홋카이도 서남쪽 끝 자락에 있는 하코다테(函館) 부근을 지나가고 있다. 부츠처럼 생긴 하코다테 지역에서 뒷굽 모양 부분이다.
이번 "나홀로 여행"의 시작점은 홋카이도 정중앙의 아사히카와(旭川)라는 지역이다. 2015년 초가을 여행 마지막 날에 가긴했는데 말 그대로 지나가기만 했다. 아사히카와는 소설 빙점(氷点)의 저자인 미우라 아야코(三浦 綾子)가 살던 도시다. 이곳 공항에서 1시간 가량 떨어진 다이세츠잔(大雪山) 국립공원내의 최고봉 아사히다케(旭岳)를 시작으로 가족들과 재회할 호시노 리조트 토무마(星野 リゾート トマム)까지 남쪽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홋카이도에는 무려 10개의 공항이 있다. Air Do는 홋카이도에 본거지를 둔 저가 항공사로 이 중 6개 공항에 취항을 하고 있어 여행시 선택의 여지를 넓혀준다. 이번 여행은 그래서 아사히카와 공항에서 시작한다.
아사이카와는 산들에 둘러싸여 남북으로 길쭉한 곡창지대의 중심지다. 공항이 가까와져 고도를 낮추니 눈으로 온통 덮힌 들이 넓게 펼쳐진다. 하얀 곳은 농작물을 경작하는 논밭들이고, 곳곳에 방풍림(防風林) 나무들이 심겨있어 구획을 나눠주고 있다. 설경으로 널리 알려진 비에이(美瑛)도 멀지 않긴 하지만, 아사히카와 부근도 설경은 그에 못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드디어 착륙했다. 마침 아시아나 항공의 비행기도 옆에 나란히 서 있다. 공항직원 한명이 게이트 부근에서 바퀴를 고정할 콘크리트 덩어리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개당 족히 20Kg씩은 넘어갈듯...
이 지역은 대략 아래 지도와 같다. 아사히카와 공항에서 남쪽으로는 비에이(美瑛)를 지나 후라노(富良野)까지 평야지대가 이어진다. 동쪽으로는 히가시카와(東川)라는 평야지대를 지나면 다이세츠잔(大雪山) 국립공원이 있다. 일본내의 최고봉인 3,776m의 후지산이나 나가노현(長野県) 북알프스의 3,190m 최고봉인 오쿠호다카다케(奥穂高岳) 에 비하면 해발 자체는 현저히 낮지만 1,950m인 한라산보다도 높은 2,000m 이상 고봉들이 16개나 몰려 있어 규모로는 단연 일본 최대이다. 이중 최고봉인 해발 2,291m의 아사히다케(旭岳)는 1,100m인 아사히다케 온센까지 도로가 나 있고, 거기서 다시 1,600m까지 rope way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본격적인 등반 준비 없이도 고산지대의 만년설을 구경할 수 있다.
오늘의 목적지인 아사히다케 온센 (旭岳 温泉)까지는 시외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하루에 딱 4번 밖에 운행하지 않는다. 원래 12:45pm에 비행기가 착륙하면 재빨리 짐을 찾아 1:15pm 버스를 탈 생각이었는데 비행기가 25분 연착하는 바람에 버스를 놓쳤다. 다음 버스는 3시간 반 뒤인 4:45pm...
일단 공항 3층에 있는 식당가로 올라가 소바쇼 키쇼안(そば処 吉祥庵)에서 가볍게 점심을 먹었다. 새우튀김 + 냉모밀 (에비텐 자루, 海老天ざる) ¥1,400.
식사후 공항 내부를 좀 둘러봤다. 탑승 게이트가 5개 밖에 되지 않는 미니 공항이지만 명색이 국제 공항이라 아시아나 항공을 포함 한국, 대만, 중국등 3개 국적의 항공사가 운항중이다. 공항 유리벽 밖으로 새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펼쳐진 설경이 근사하다. 작년 이맘때 후라노(富良野) 스키장에서 있는 동안 멀리서 이 산을 한번 담아보고 싶어 수시로 밖을 나갔지만 3박 4일 내내 폭설이 내려 한번도 찍을 기회가 없었다.
달달구리 유제품의 천국에 왔으니 일단 2층 탑승 게이트 옆에 있는 Milk Stand Esperio에서 디저트로 소프트 아이스크림과 밀크 푸딩 하나씩 사서 냠냠... 진한 맛의 아이스크림, 네가 그리웠단다.
Milk Stand Esperio 옆에 전시된 지형 모형물이다. 아사히다케 주변만도 2,000이상 봉우리가 8개나 있다. 사실상 봉우리 하나에서 화산 분출이 여기저기 되면서 봉우리를 삐죽삐죽 만들어냈다고 보면 될듯하다.
공항건물 밖으로 나가봤다. 동쪽 아사히다케 쪽은 구름이 많이 껴서 산봉우리가 보이지 않아, 대신 남동쪽 토카치다케(十勝岳)와 후라노다케(富良野岳) 쪽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일기예보 상으로는 내일부터 며칠간 눈이 내릴 예정이라, 이번 여행에서 봉우리를 보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공항 건물안으로 다시 들어가 회사 이메일에 답장을 좀 하다가, 버스 도착시간 10분 전이 되어 다시 밖으로 나오니 홋카이도의 이른 일몰 시간이 가까와 석양빛이 들기 시작한다.
워낙 작은 공항이라 승차장도 2군데 밖에 없고, 아까 함께 비행기에서 내렸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나 혼자다. ①번 승차장에서 (66)번 버스를 타야한다. (운행시간표 는 여기 참조)
예정시간보다 5분쯤 늦게 도착한 버스에 올랐다. 큰 짐을 가지고 타는 여행객들을 배려해서인지 아래 짐칸이 따로 있는 리무진형의 버스다. 탈 때 탑승 정거장 번호가 적인 번호표를 뽑으면 내릴때 지불해야할 금액을 탑승한 정거장 별로 버스 앞 display에 보여준다. 공항에서 아사히다케 온센까지는 약 1시간 거리에 요금은 ¥1,000.
히가시카와를 지나고 있다. 구름이 핑크빛을 띄기 시작한다. 하루 중 하늘 색깔이 가장 아름다와서 풍경사진가들이 늘 기다리는 시간대가 되었는데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니 멈출수가 없다.
드디어 해는 지평선 너머로 내려가고 어스름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다. 히가시카와에 정류소가 여러개 있는데 내리는 사람도 타는 사람도 없어 한번도 서지 않고 계속 달린다. 나를 제외한 탑승객은 아마도 아사히카와 기차역이나 시내에서 타서 아사히다케까지 가는 사람들인듯 하다.
히가시카와 시가지를 벗어나 다이세츠잔 산자락을 향해 곧게 뻗은 길을 달린다. 석양 속에서 구름모자를 쓴 토무라우시산(トムラウシ山)이 정면을 가로막고 있다.
꼬불꼬불한 산길로 들어선다. 제설한 눈이 반 얼음이 되어 길 양쪽으로 가드레일처럼 반질반질한 광택을 내며 서 있고, 홋카이도 특유의 도로경계선을 표시하는 붉은 화살표들이 차가운 눈길 위를 밝혀준다.
다이세츠잔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 아사히다케 온천 지구에 드디어 도착했다.
이 온천지구에는 총 12곳의 숙소가 있고 3개의 버스 정류소가 있다. 내가 예약한 곳은 rope way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Bear Monte Hotel. 같은 계열사이고 같은 가격에 review score가 더 나은 Deer Valley Hotel이 같은 지구 안에 있었지만, 여행 목적상 좀더 나은 인테리어나 시설보다는 접근성이 우선시 되었기때문에 rope way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 그래도 사진상으로는 Deer Valley Hotel이 훨씬 깨끗해 보여서, 만약 렌탈카(rental car, rent-a-car)로 왔었다면 Deer Valley를 선택했을 것이다.
호텔 객실. 조금 낡긴 했지만 깔끔하고 아늑하다. 이틀밤을 묵을 예정이고 아침 저녁 부페 포함 ¥12,300/박. 일본은 보통 2명이면 숙박요금이 2배로 뛰는데 이 곳은 2명일 경우 ¥4,200만 추가다. 2명이 온다면 가성비가 나름 좋은 곳이라 본다.
도착은 6시경에 했는데 저녁식사 부페가 붐비는 것을 피하기 위해 방별로 식사시간을 할당한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이미 다 차서, 내게 배정된 시간은 7:30pm.
식사는 부페인데 주류(술)는 별도 판매이고, 바베큐 코너에서 구워주는 그날의 고기는 한번만 먹게 식권을 따로 준다. 앉을 테이블로 안내하는 사람은 호텔 식당의 지배인이지만 영어는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뭐 나도 일본어는 거의 알아듣지 못하니 피장파장이다. 그래도 서로 그다지 불편함은 느끼지 않고 중요한 포인트는 상호 공감으로 해결한다.
이 날의 고기는 chicken. 꾀죄죄하게 때 묻은 요리복은 이 날 얼마나 열심히 고기를 구웠는지를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하자.
식사의 종류나 질은 한국 저가부페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듯. 1인 vs 2인의 숙박 비용 차이로 생각해보면 대략 한끼 식비가
¥2,000 조금 안되니 합리적인 가성비라고 본다.
일식이 주로이고, 중식과 양식이 조금씩 있는 구성. 단호박(かぼちゃ, 가보차) 죽이 참 맛있어서 2~3번 먹었다.
평소 저녁식사를 6시쯤 하니 이날은 저녁을 참 늦게도 먹었다. 시차도 있고 하루 종일 밖에 있었더니 피곤이 몰려와 소화가 되기도 전에 잠자리에 든다. 내일 날씨가 제발 좋아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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