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겨울 (8) 후키아게, 후라노
홋카이도의 겨울 (8) 후키아게, 후라노
비에이(美瑛)에서 숙박한 곳은 펜션 메구미유키(めぐみ雪). 시내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샛길에 위치한 아담한 곳이다. 하룻밤 숙박비는 1명은 ¥6,000 2명은 ¥11,000. 비에이 지역 숙박중 최저가라고 보면 된다. 깔끔하고 친절하고 주인부부가 영어를 웬만큼 잘 해서 이것 저것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 건물 자체가 단열이 잘 안된 것 같고 연료비 아끼느라 living room을 식사시간 말고는 무척 낮은 온도로 해놔서 좀 추웠던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저녁때까지 눈이 제법 많이 내렸는데 다행히 밤에는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는지 차에는 눈의 그리 많이 쌓이지 않았다. 대신 새벽 바깥 기온이 영하 20°C. 아사히다케 summit station보다 더 추워~~
아침 식사 전에 마일드 세븐 언덕에 해뜨는 모습을 보고 싶어 다시 갔는데, 내가 방향을 착각했다. 마일드 세븐 언덕은 동쪽이 아닌 서쪽에 있었던 것이다 -.-;;
인간들보다 빨리 일어나 돌아다니는 짐승들. 토끼일까 여우일까?
반대편 언덕에서 동이 터온다.
펜션의 ¥500짜리 아침식사. 빵, 음료수, 샐러드, 삶은계란은 차려져 있어 양껏 먹을 수 있고, 식사를 시작하면 주인장이 따뜻한 오믈렛을 만들어 테이블로 가져다 준다. 가성비 짱!! 보리차 수준의 커피를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아침식사다.
2층 묵은 방의 창에서 보이는 풍경. 여긴 역시 비에이가 맞구나. 아침은 날씨 쾌청.
일찍 나가고 싶었는데 비에이 소맥공방 (美瑛小麦工房) 빵을 사왔으면 좋겠다는 마눌님의 뜻을 받들어 비에이 센카이 (美瑛選果)가 문을 여는 10시 조금 전에 펜션을 떠났다.
겨울철에 직접 판매는 하지 않아도 꽤 큰 주방에 제빵사 여러명이 분주히 일하는 것을 보니 납품하는 곳이 많은 듯 하다. 사실 이 비에이 소맥공방 (美瑛小麦工房)이 신치토세(新千歳)공항에 점포가 있는데 거기서 파는 옥수수빵과 콩빵을 사려면 30분~1시간을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비에이 센카이 (美瑛選果) 점포 내부. 비에이에서 나는 농산물 매장인데 premium grocery같은 분위기로 꾸며 놓았다. 농산물은 사봤자 집에 가져갈 수 없으니 구경만 좀 해 본다.
저녁에 재회할 가족들과 함께 먹으려고 검은콩빵과 단팥빵을 몇개 샀다 . 공항 매장에서 파는 빵들과는 종류가 다르다. 개당 ¥230이니 다른데서 파는 것의 2배 가격인데 실제로 맛을 보니 정말 좋은 밀과 좋은 콩과 좋은 팥을 사용해서 당분을 절제하고 정성들인 것이 팍팍 느껴지는게 가격이 납득이 간다. 공항점에서 사람들이 괜히 1시간씩 줄서서 사는게 아니구나.
(이건 돌아오던 날 신치토세 공항에서 나중에 1시간 줄 서서 산 옥수수 빵과 콩 빵)
토마무 가기 전에 토카치다케(十勝岳) 쪽 산을 좀 구경하고 싶었다. 그 후에 후라노를 경유해서 토마무로 가야하기 때문에, 어제 갔던 시로가네 청의 호수(青い池, あおい いけ) 쪽으로 다시 갔다. 첫 행선지는 토카치다케 전망대 (十勝岳望岳台).
흰수염폭포(しらひげの滝)를 지나서 966번 도로로 들어서면 산인데, 아뿔사~ 도로가 폐쇄되어 있다. 1월 4일~4월 19일은 폐쇄 한다고 한다.
10분 거리의 짧은 거리인데 흰수염폭포(しらひげの滝)에서 후키아게 하쿠긴소(吹上 白銀荘)까지의 구간이 폐쇄되어 있다. Google Map의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 외투 바깥 주머니에 있던 iPhone을 꺼냈는데, low battery로 꺼져있다. 바깥 풍경 찍고난 후에 차로 돌아왔을때 카메라에 김이 서리는 것을 방지하려고 차의 난방을 끄고 다녔는데 아침 기온이 영하 10°C 이하다 보니 얇은 바깥 주머니에 있는 전화기가 또 문제가 된것이다. (아~~~~ 이눔의 iPhone) 하는 수 없이 전화기를 가슴팍 제일 안쪽 품에 밀어넣고는 다음 행선지로 생각해 두었던 후키아게 노천온천 (吹上露天の湯) 을 GPS에 입력했더니 서쪽으로 삥 돌아서 가는 50분짜리 코스를 보여준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가보기로 했다.
길은 무척 꼬불꼬불한데 계곡을 따라 난 길이라 길은 가파르지 않다. 291번 도로를 타고 카미후라노(上富良野)를 벗어나 토카치다케(十勝岳)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들어서자 눈도 꽤 많이 쌓여 있고 길 경사도 조금은 생기는 것이 보인다.
(아래 지도의 길은 동절기에 폐쇄된 구간)
아까 반대편에서 통행금지가 되었던 966번 도로로 바꿔타고 후키아게 쪽으로 간다. 길에 눈이 꽤 많이 쌓여서 가급적 멈추지 않으려고 하는데, 길 오른쪽에 눈꽃이 가득하게 편 나무숲을 보니 도저히 멈춰서지 않을 수가 없다. 잠시 내려서 몇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GPS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간다.
GPS에서는 목표지점인 노천온천에 도착했다고 나오는데 간판도 보이지 않고 어딘지 알수가 없어 조금 더 내려가니 966번 도로 통제지점이 나오고 그 옆으로 하쿠긴소(白銀荘) 입구가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다시 해보려고 일단 들어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품에 넣어 두었던 전화기를 꺼내려는데.... 어? 없다?? 최대한 따뜻하게 하려고 주머니에 넣지 않고 그냥 품에 넣었었는데 밑으로 빠졌나 해서 차 바닥을 샅샅이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조금 전 중간에 사진 찍는다고 내렸을때 찻길에 떨어진것 같아서 황급히 다시 차를 돌려 왔던 길을 돌아가려고 나오는데 급한 마음에 속도가 덜 줄었는지 료칸 입구 급커브에서 미끄러지면서 눈이 쌓인 곳에 차를 처박고 말았다. 아무리해도 차가 빠지지 않아 료칸에서 삽을 빌려 앞바퀴의 눈을 제거하다보니 한 40~50분이 지체되었고, 무척 한적한 곳이지만 그 사이에 료칸으로 들어오는 차가 얼추 5~6대는 된것 같아 보인다.
찻길에 떨어진 것이 맞다면 십중팔구 전화기는 지금쯤 차바퀴에 깔려 박살이 났을게다... 그래도 가보기는 해야지. 도로에 떨어진 것을 찾으려고 천천히 차를 몰아 왔던 길을 돌아가는데 291번 분기점까지 거의 갔는데도 전화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가봐야지. 차를 돌려 다시 하쿠긴소를 향해 가는데 아까 내 눈을 앗아간 풍경이 다시 내 눈을 자극한다. 분명히 여기였다 싶어서 차에서 내려서 아까 사진을 찍었던 쪽으로 걸어갔는데 그쪽에는 없다. 포기한 마음으로 차에 돌아오는데 차 뒷 범퍼 중간 아래에 떨어져 있는 전화기가 보인다. 보지는 못했지만 떨어진 곳을 지금 막 지나친거다. 40~50분 사이에 눈과 얼음 범벅이 되긴 했어도 깨진 것은 없어 보인다. 내 차만도 2번을 지나갔고 그 외에도 여러대의 차가 지나갔는데 한번도 깔리지 않고 멀쩡하다니 가히 기.적.적.이다 헐~ 케이스를 벗기고 눈을 털어낸 후에 안주머니에 밀어 넣는다.
전화기가 따뜻해져 다시 동작하려면 한참 걸릴텐데 시간은 벌써 오후 1시 가까이 되었다. 전화기를 찾고 제정신이 드니 배가 고파오는데 하쿠긴소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유스호스텔 비슷한 곳이라 식당이 없다. 노천온천 찾는 것은 포기하고 하쿠긴소 근처를 몇장 카메라에 담고 후라노(富良野)로 떠나기로 한다.
하쿠긴소의 야외온천탕. 뭐 노천온천이나 료칸 온천이나 그게 그거지. 어차피 온천욕하고 가려던 것은 아니니까...
처마 밑의 고드름들. 너희도 흰수염 폭포의 고드름이냐?
후라노 시내에 들어오니 벌써 오후 2시가 되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간단하게라도 먹을게 있을까 해서 후라노 Marche에 들어가 봤는데 요깃거리할 만한 것은 없어 보여 그냥 나온다.
여행 계획 짤 때 찾아뒀던 식당이 몇개 있었는데 하나는 2시에 닫았고, 또 하나는 정기 휴일... 이러다 점심 굶겠다 싶어서 작년에 한번 저녁 먹은 적이 있는 쿠마게라(くまげら) 향토음식점으로 간다. 단체 관광객을 받는 좀 큰 곳이라서 아직 열었을 것 같았는데 짐작이 맞았다.
튀김정식 (天ぷら定食, 텐푸라 테이쇼쿠) ¥1,200.
토마무로 가기 전에 작년에 묵었던 후라노 뉴프린스 호텔의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에 들러볼까 하다가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어서 뉴프린스 호텔 반대편으로 후라노 시내 밖에 위치한 공원으로 향했다.
멀리 구름망토를 두른 후라노다케(富良野岳)의 모습이 보인다.
후라노 기차역에서 차로 동쪽 10분 거리의 산자락에 위치한 토리누마공원(鳥沼公園). 새들의 연못이라는 귀여운 이름이다. 예상했던대로 주차장도 텅 비어있고 방문객도 나 뿐 아무도 없다 ㅎㅎ
방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눈을 치우지 않아 발자국 난 곳을 따라 안으로 걸어들어가 본다.
발자국 없는 곳으로 시험삼아 밟아 봤더니 거의 무릎까지 그대로 푸~~욱 빠져 버린다.
한 나무가 내 키 높이 정도에 구멍이 뚫려있다. 자랄때 큰 상처가 났던 것이 자라면서 큰 흉터처럼 남아 있는데 바라보는 내 마음 속이 뻥 뚫린 것 마냥 순간 허전함이 스치고 간다.
공원 입구에서 연못가까지의 거리가 150m 남짓 되려나? 키가 4~5m 정도 되는 나무가 사방팔방으로 팔을 힘차게 뻗고 기세좋게 서 있다.
이름에 걸맞게 오리떼들이 물살을 가르며 연못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 시내에서 가까운 곳인데도 인적이 워낙 적은 곳이라 지나가는 차소리, 사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새들도 소리를 죽인채로 물장구 소리 하나 없이 떠 다니는 고요함이 소박한 공원 전체 감싸고 있다.
산자락에 위치한 연못 주변은 빽빽한 숲이다. 비에이의 인공 방풍림 숲의 보여주는 장대함이나 질서정연함과는 거리가 있는 자연림은 소박한 연못과 새들과 잘 어울려 보인다.
연못 주위를 따라 한바퀴 걸어보고 싶었는데 산책로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고 조그만 선착장 주변을 조금 걸어보다가 주차장으로 향한다.
가족들과 다시 재회하기로 한 토마무까지 산을 넘어 1시간 넘게 가야 하는데 날씨가 점점 흐려지는 것이 부담스러워 해지기 전에 토마무에 도착할 생각으로 후라노늘 떠나 남쪽으로 향한다. 멀리 반대편 산자락에 작년 이맘때 묵었던 뉴프린스 호텔과 스키장이 뿌옇게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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