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와 부족
잉여와 부족
수년 전 KOSTA 집회에서, 기아 어린이 돕기를 위한 점심 금식이 예정되어 있던 오전이었다. 점심 식비를 책정하고, 수련회 참석자 전원이 금식함으로써 그 식사비를 북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에 보태는 그런 프로젝트 였다.
점심을 굶어야 했기 때문에, 부페식 카페테리아에서 먹는 아침식사는 모두들 욕심을 냈다. 하나라도 더 먹어 둬야 저녁 식사 시간까지 덜 괴로울 것이기에. 나도 양보다 더 담아다가 먹고, 잔반 트레이를 컨베이어 벨트에 실으러 줄을 서 있는데, 엄청난 양의 음식 쓰레기가 담긴 트레이들을 보게 되었다. 음식이 없어서 굶는 이들을 위한 금식 준비로 평소보다 많은 음식을 버리게 된, 참 아이러니한 상황.
그 집회엔 유학생들이 모였기에 많은 이들이 가르침에의 소명과 헌신, 그리고 꿈을 이야기 했다. 그 즈음 남편도 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여러 학교에 원서를 내고 거절 당하고, 인터뷰를 하고 거절당하고.. 그러고 있었다. 한 자리를 위해 수백장의 이력서가 온다고 했다. 우리에겐 그 거절들이 아픔이었고. 아프다며 기도하곤 했었다.
그 다음 날인가, 연변 과학기술대학, 평양 과학기술대학, 몽골 과학기술대학 설립 및 교수 유치, 학교 발전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의 발표를 들었다. 그 척박한 곳에 식량만 보내지 않고, 기술자/ 과학자를 기르는 학교를 설립해 주어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음식이 많은 곳에서 음식이 버려지고, 한쪽에서는 음식이 없어서 죽는 상황과, 한 자리를 위해 수백명이 경쟁하나, 또 다른 곳에서는 가르칠 사람이 없어서 기도하는 것이 결국 같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내 눈에 예쁜 사람, 내가 관심과 애정을 쏟아 주고 싶은 곳으로만 마음을 보낸다. 상대가 필요 없다는데도, 내가 너를 사랑하고 싶은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며 화를 내기도 한다. 다 자란 자녀에게서 끈을 놓지 못하는 부모들도 이런 경우이다. 그러면서 외로운 노부모에겐 냉정하기도 하다.
언제까지 나의 필요만 채우며 살 것인가... 인생이 이렇게 잠깐인데, 하루하루 내 눈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 입에 단 것만 먹으며 살 것인가. 내 안의 악한 본성은, 철저히 내가 원하는 것으로만 나를 이끌지만, 그리 살지 않기를, 남은 삶은, 내가 가진 것을 그것이 필요로 되는 곳으로 흘려보내는 시간이기를 기도한다.
[출처: Facebook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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