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Face without Makeup)
민낯 (Face without Makeup)
ㄱㄷㅎ목사님은 제가 처음 교회를 나가던 고3때 고등부 목사님이셨습니다. 믿음 없이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하루는 Martin Luther King Jr. 목사님의 I Have a Dream을 읽어주시다 그만 목이 메이셔서 강대상을 붙드시고 눈을 떨구신채로 한참을 말 없이 눈물을 떨구시는 모습이 30여년 된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워낙 주장이 강하신 분이신지라 팬들 못지 않게 안티도 층이 두텁습니다만,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당신 하신 말씀에 책임지고 살려고 애쓰시는 모습만으로도 제게는 '본'이 되어주시는 분입니다.
얼마전부터 페북을 열심히 하시는데, 요즘들어 글을 통해 민낯(쌩얼)을 보이시는 것이 눈에 띕니다. 나름 큰 교회의 60넘으신 목회자가 민낯을 보이는 일은 한국 정서상 터부시 되어오다시피한 것인데.... 그 용기가 부럽고 그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너희 위선자들에게 불행이 닥칠 것이다. 너희는 회칠한 무덤과 같은 자들이다. 회칠한 무덤이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속은 해골과 더러운 것으로 가득차 있다." (마 23:27)
11월 16일
우리 교인 친구 한 사람이 전도가 되어 우리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하였다.
그 주일 마침 내가 그 교회에서 설교를 하였다.
설교가 끝난 후 그 분이 자기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단다.
<야- 저 목사 누군데 저렇게 거들먹 거리냐?>
아이고.....
[중략]
아무리 그래도 목산데, 그것도 60대 중반의 은퇴를 코 앞에 둔 목산데, 그런 나에게서 고3 아이의 유치한 거들먹 거림이 보인다는 건 창피한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11월 17일
생각해 보면 난 좀 비겁한 구석이 있다.
큰 일에는 목숨을 잘 거는데 사소한 일에 뜻밖에 비겁하다.
어머니가 노인 병원에 계신다.
[중략]
어머니가 어제 병원에서 옆 침대 할머니와 싸우셨다. 우리 어머니 95세시지만 아직 성격 끝내주신다. 병원 난리가 났다.
전화를 드렸는데 내게도 화를 내시고 바꿔준 간호사 전화기 내 던지시고...
나도 화가 났다.
[중략]
본래 오늘 어머니에게 가기로 한 날이었는데 가지 않았다.
아내만 보냈다. 불편한 일이 있으면 난 종종 아내 뒤에 숨는다.
분명 오늘 아내 병원에 가서 우리 어머니에게 신나게(?) 당했을 것이다.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아내에게 미안했다.
나 자신에게 속상했다.
[중략]
오늘은 내가 참 못 마땅하다.
11월 28일
늘 마음에 든든하게 여겼던 용인의 땅을 처분하였다.
그리고 재단을 하나 만들어 그곳에 기부를 하였다.
땅을 파먹고 산 건 아니지만 그게 있어서 늘 마음 한 구석이 든든했었다.
솔직한 심정이다. 그게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노후 문제도 훨씬 더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좀 나누어 줄 수 있고....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포기하였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거의 다 마무리가 되고보니 어깨죽지 하나가 떨어져 나간 허전함을 느낀다.
그 허전함이 우울함 까지는 아닌데 약간의 무기력함을 가져다 주었고
그 때문에 며칠 동안 글을 쓸 수 없었다.
하나님께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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