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합의 일기 (5) - 무너진 성벽
라합의 일기 (5) - 무너진 성벽
이윽고 히브리인들이 여리고성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과는 달리 그들은 높은 성벽을 넘어올 사다리도, 성문을 깨부술 공성기도 가져오지 않았다. 군사들이 반씩 나뉘어 있었고 그 중간에 뿔나팔을 부는 사람들 7명이, 그 뒤로 요단강을 앞서 건너던 궤를 들은 사람들이 있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걸까?
그들은 요단강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았고 조용히 성을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마치 개미떼와도 같이 많은 군사들의 발자욱 소리는 그들이 한걸음씩 옮길때마다 성을 조용히 진동시켰고 성 사람들은 초조한 가운데 그들의 발걸음을 몸으로 느껴야만 했다. 성벽위에 난 집 창문 틈으로 그들을 내려다 보다가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살몬의 얼굴을 찾았다. 붉은 줄이 드리워진 창을 계속 쳐다보며 돌던 그는 눈길이 나와 마주치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하지 말라는듯 미소를 지어주었다. 한바퀴 돌기를 마친 그들은 길길로 돌아갔다. 화살하나 창하나 던져보지 않고... 긴장 속에 지켜보던 왕과 성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들은 같은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하는 전쟁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여리고 성 왕과 성 사람들은 초조함속에 매일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히브리인들이 성을 돌기 시작한지 7일째 되는 날이다. 평소와는 달리 이 날은 한바퀴 돌기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길갈로 돌아가지 않고 돌기를 계속했다. 두바퀴, 세바퀴, .... 그들은 여전히 굳게 입을 다물고 성돌기를 계속 반복했다. 일곱바퀴째 돌기를 마치자 나팔 소리가 길게 울렸다. 그러자 7일간 입을 다물고 있던 히브리인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고 그 소리에 성벽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바깥쪽으로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성 외벽에 붙여 지은 집들도 함께 무너지는데 이 함께 우리집도 무너질 것 같아 집 밖으로 뛰쳐나가 피신하고 싶었지만, 일단 집을 벗어나면 살몬이 지켜주기로 약속한 곳을 벗어나게 되기 때문에 옆의 집들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도 도망쳐 나갈수가 없었다. 개미떼와 같이 많은 히브리인 병사들이 무너져 내린 벽돌과 돌을 밟고 성으로 뛰어들어와 성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그 때 사람들을 헤치며 붉은 줄이 드리워진 이곳을 향해 직선으로 달려오는 살몬이 먼지 속에서 보인다. 나는 달려나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는 나와 내 가족들을 즉시로 데리고 나가 길갈 근처로 피신시켰다. 놀랍게도 대부분 무너져내려버린 여리고의 성벽 중에 내가 살던 집에 연결된 부분은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아~~ 요단강물을 멈추시고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신 신께서는 그 와중에도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하셨구나. 살몬만이 아니고 천지만물을 지으신 신께서도 나를 아시고 구원하셨구나!"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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