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홍수 속 내 나름의 진위(眞僞) 판단 원칙
내가 태어난 시대는 언론의 가뭄이었던 때였는데, 지금은 가히 홍수라고 할 정도로 많은 언론이 쏟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가뭄과 홍수는 정반대이지만, 의외로 먹을 물이 없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수 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상반된 내용 속에서 서로 자신의 자료와 주장이 사실(fact)라고 주장을 하고, 어느 편이 누가 참(眞)을 말하고 누가 거짓(僞)을 말하는지는 점점 어려워져만 간다. 특히 이것이 정치적으로 첨예한 이슈인 경우면 막막할 정도로 판단이 어렵다. 눈과 귀를 닫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것들이 많아서 신경을 끄고 살 수도 없다.
심리학 박사인 한 지인이 말하기를 "심리학적으로는 사실(fact)라는 것이 없고, 오직 각자의 인식(perception)만이 있을 뿐이며, 종종 그 인식은 놀랍도록 상반된다"고 했다. 각 사람이 가지는 세계관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것을 보고 듣고 읽어도, 걸러내는 것 (filtering)과 증폭시키는 것 (amplifying) 이 달라지고, 중요한 점과 대수롭지 않은 점이 달라지게 되고, 결국 그 인식은 무척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원과 검찰과 경찰이 공명정대하게 법과 질서를 유지해 주기를 바라고 언론이 사실만을 보도해 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들도 인간이기에 정치적 성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도 못하다. 언론들은 되려 점점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행태를 보이는데, 어느 나라건 언론의 정치화는 다 있기 마련이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심하다고 보인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닌지 2019년 6월13일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겨우 22%로 조사대상 38개국에서 꼴찌를 기록했고 2024년까지도 지지부지해 30%를 간신히 넘나드는 수준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한발짝이라도 진실에 가까운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자신있는 해답과는 한참 거리가 있겠지만, 상황 판단을 하는 내 나름대로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출처 불명의 내용들은 거의 걸러낸다. 한국 노년층들이 많이 의존하는 카톡을 타고 돌아 다니는 글이나 영상들의 최소 95%는 유언비어라고 본다. 어차피 고액의 유료 서비스니 나로서는 거의 접할 수 없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과거 일부 층에게 상당한 관심들을 받았던 소위 '증권가 찌라시'도 연예인 사생활이면 몰라도 정치 관련 내용들은 오류나 허위일 확률이 현저히 높다고 본다. 간혹 진실이 섞여 있을 수도 있지만 혹세무민의 희생양이 되느니 멀리하는 편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본다.
- 양 진영 (조중동 vs 한딴)의 보도는 다 읽되 성향을 감안해서 읽는다.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서 읽는 것도 있지만, 대체 양쪽에서 어떤 사고와 반응을 하는지 알고 싶은 것도 읽는 이유 중 하나이다. 강한 정치성향의 거품은 비록 끼어 있을지언정, 그래도 fiction이 아니므로 그나마 건질 내용들은 여전히 많이 있다고 본다.
- 보도 내용의 출처가 알만한 이름의 정치인이라면 일단 접어둔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극단적인 행태를 보인 적이 있는 '양치기 소년' 정치인의 말은 절대 믿지 않는다.
- 각당의 비례대표제로 된 국회의원과 대변인들의 말은 거의 무시한다.
- 정치 관련 유튜브의 내용은 거의 보지 않으며, 극우 극좌의 선동적인 유튜버들이 하는 말들은 카톡에서 돌아다니는 내용과 마찬가지로 일단 95% 이상 허위라고 가정한다.
- 이 말을 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의 말은 90% 깎아 듣고, 손해를 보는 사람의 말은 200% 더해 듣는다.
- 합리적인 '모두까기'의 주장과 의견은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 상식선을 넘어서는 특별혜택, 예우, 스카웃에 관련된 인물들은 법원의 판단과 무관하게 정황적으로 뒷거래의 결과라고 본다.
- 수퍼갑(甲)이 을(乙)이나 병(丙)을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몰아붙이는 형세라면 갑이 '제 발 저린 도둑'이라고 본다.
-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의 말은 중요하지 않고 그와 주변 인물들의 행동이 중요하다. 아무리 입으로 무죄를 주장해도, 이리빼고 저리 빼고 온갖 핑계를 대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고 애쓰는 모습은 자기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 내가 비록 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한국의 헌법과 법률 체계가 쓰레기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법부와 검찰과 경찰의 중립도 절대 완벽하다고 보지 않지만 그렇다고 폐기해야 할 수준도 아니며 아직은 더 나은 대안이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따라서 '특별'자 붙인 것을 섵부르게 남발하는 것은 되려 국가의 체계를 누더기처럼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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