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 3년을 되돌아 보며
3년 전 오늘, 2020년 3월 11일, WHO(세계 보건기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범유행전염병(pandemic)임을 선언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몇 주면, 길어야 몇 달이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으나, 3년이 지난 지금에야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듯 합니다. 인생에 아마도 다시 겪지는 않을 것 같은 '일찌기 경험해 보지 못한' 시대를 한번 복기해 봅니다.
2019년 11월에 최초로 보고된 후 2020년 1월부터 아시아 권으로, 2월 중순부터는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각 대륙에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세계 최초로 1월 23일에 발원지인 우한(武汉)을 완전 봉쇄(lockdown) 시켰고, 3월 9일에는 이탈리아가 유럽 최초로 북부 14개 주를 봉쇄 했습니다. 이 바이러스의 초기 확산 시기만 해도 각별히 조심하면 확산을 피할 수 있을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증상과 비확진자를 포함하면 사실상 전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사는 북가주 지역은 미국에서 초기 확진자들 상당수가 나온 터라, 저희 회사는 WHO의 범유행전염병 선언한 날부터 즉시로 재택근무를 결정 했고 지역의 학교들도 온라인 수업(on-line class)으로 갑작스러운 전환을 했습니다.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어 6일 후인 3월 17일 미국에서는 최초로 제가 사는 산타 클라라 카운티(Santa Clara County)가, 다시 이틀 후인 3월 19일에는 캘리포니아 주 전체에 칩거령(Shelter in Place)이 선포되었습니다.
모든 인간들이 바깥 출입을 하지 않게 된 대도시 곳곳에서는 야생동물들이 출몰하기도 했고
재택 근무가 일반화 되면서,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얼굴 보기 어려울 정도로 바쁜 일상의 현대인 온 가족이 한 지붕 아래서 삼식(三食)이로 지내는 시간이 근 2년이나 되다보니, 어떤 가정은 화목해지기도 한 반면, 어떤 가정은 완전 파탄이 나기도 했습니다.
운동도 하지 않고 집에서 하루종일 있고, 가끔 외출 할 때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다 보니, 외모를 가꾸는 일에도 대부분 시간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굴에서 사는 원시인들처럼 머리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는 사람들도 늘어 났고, 많은 사람들이 미용실을 가는 대신 가족끼리 서로 머리를 잘라주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많은 '확찐자'들도 양산해 냈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된 듯, 급격히 퍼진 바이러스로 인해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턱 없이 부족한 병상 수의 한계'라는 민낯을 전 세계에 노출시키며 수 많은 노년층을 희생 시켜야 했고,
경제 사회적인 이유로 봉쇄를 망설였던 고 인구밀도의 도시들도 엄청난 댓가를 치뤄야만 했습니다. 세계의 중심이라 자부했던 뉴욕시가 그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성을 얕잡아 보며 집단 면역(herd immunity)를 어설프게 시도했던 스웨덴 같은 나라 역시 혹독한 댓가를 치뤘습니다.
가장 필요한데 공급은 턱 없이 모자라 전 세계가 마스크 파동을 겪어야 했습니다.
생필품을 공급해야 하는 근로자들이 바이러스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면서, 물류 공급 시스템은 마비되어가기 시작했고 물, 화장지 같은 평소에 싸고 넘치던 물품들이 동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소매상들의 폐업이 속출하자, 5~6개월 후 조심스레 봉쇄는 풀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가 일반화 되었습니다. 노래를 하는 종교 모임과 공연들은 그 후로도 상당기간 금지 되었고, 21세기 간의 역사상 처음으로 교회들은 비대면 예배/미사 시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표준(norm)으로 정착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회사들도 재택 근무의 효율성을 비자발적으로 시험하게 되면서, 원격 근무 시대는 갑작스레 전세계 IT 업계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결국 전환점을 제공한 것은 mRNA라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백신 개발이었습니다. 미국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은 임상 실험과 안전성 테스트 만 해도 통상 몇 년이 필요하고, 대량 생산은 그 보다도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신 개발 업체들에 상당한 금액의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안전하고 효력이 있는 것으로 확실히 판명되기 전에 곧 바로 대량 생산을 시작하도록 독려하는 "Operation Warp Speed"를 추진함으로써 불과 9개월만에 백신 개발을 끝내고 2020년 12월 14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상습적인 거짓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으나, 그의 상황 판단과 빠른 결정에 전 세계가 덕을 본 것은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실내에서의 식사가 바이러스 확산에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유럽 국가에서나 볼 수 있던 실외 식사가 많이 확산되었고 아직도 실외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과 SNS는 사실(facts)과 함께 수 많은 엉터리 견해와 주장과 거짓 정보들도 여과 없이 유통시켰습니다.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전세계적으로 무려 686만명 이상, 미국에서만 무려 111만명 (0.3%)이상인데도 독감과 다를 바 없는 것을 가지고 호들갑 떤다는 둥 망발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사와 전문가도 섞여 있다는 것이 황당합니다. 나라별로 다른 바이러스 대응법이 국민 정서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기간이었고, 개인의 가치관 역시 극명하게 대비되는 기간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미국은, 주마다 너무 동떨어지고 다른 해법과 견해를 보여 '이게 정말 하나의 국가인가' 의문을 품게 했습니다.
엄청난 문명과 과학의 발전을 이룩한 21세기의 인류... 그 과학 덕에 결국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종식을 앞 당길 수 있었으나 여전히 엄청난 댓가를 치룬 후였습니다. 한 세기 전 제1차 세계 대전 후반부터 종전 직후까지 1918년 ~ 1920년 사이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던 스페인 독감보다 선방했다고 우리는 자위해야 할까요? 자연의 거대한 공격이 올 때마다 인간의 무력함과 유한함을 늘 자각하게 됩니다. 세균과의 전쟁보다 더 크고 더 영속적일 기후의 변화... 우리는 과연 더 늦기 전에 이 변화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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