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joy! Enjoy!
Enjoy! Enjoy!
제 아버지는 일제 치하의 극도로 빈곤한 집에서 태어나셔서 5살에 아버지를 잃고 가난에 대한 한이 맺힌채로 평생을 살아오셨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먹을 것이 없어 굶는다거나 학업에 필요한 것을 돈이 없어 사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은 전혀 없었지만, 늘 극도의 절약을 덕목으로 삼는 분위기가 집안 전체에 있었기에 있는 것을 하나 더 산다던가, 쓸만한 것을 버린다던가 하는 일은 금기시 되었지요.
그래서 구멍 난 양말을 꿰메 신고 다니는 것도 창피하지 않았고, 키가 부쩍 크는 중학교시절 바지단이 복숭아뼈 위 10cm까지 올라와도 1학년때 산 옷을 계속 다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으며, 발에 맞지 않는 운동화 (참고로, 그 당시 한국에서는 270mm가 제일 큰 신발이었는데 제 발은 285mm정도 입니다) 에 발가락을 오그리고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유행과는 상관 없이 국민학교 (요즘 말로 초등학교) 1학년때 산 플라스틱 필통은 대학 졸업반때 잃어버릴 때까지 16년동안 매일 가지고 다니며 썼습니다. 지금도 제 사무실에서는 28년전인 대학 1학년때 산 계산기가 매일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이나 가지지 말고 여행을 위하여 주머니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는 명령이 제게는 전혀 challenging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여러벌 옷이 있어도 한벌만 입고 다니는 제 생활습관과 딱! 맞았기 때문이지요. (제 연배나 혹은 윗 연배의 남자 분들중 저 같은 분들 꽤 있을것 같습니다 ㅎㅎㅎ) 한때 한국 기독교에서 많이 강조되던 "무소유"의 삶이 제게 무척이나 attractive했던 것 역시 무척 당연한 일입니다.
제 내면의 갈등은 결혼하고 가장이 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절대 부족하지 않은, 아니 풍족한 가운데에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면 모를까 저를 위해 필요 이상의 (?) 돈을 쓴다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에 좋은 음식을 먹을 때에도, 좋은 차를 살 때에도, 좋은 집을 얻었을 때에도, 좋은 곳에 휴가를 갈 때에도, ... 주신 축복이 한편으로는 감사하기도 했지만 사실 제 마음 구석에서는 "이래도 되는걸까? 이 돈을 북한이나 아프리카에 보내면 수 많은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건져낼 수 있을텐데... 청지기의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가 이래서는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 역시 가능한한 절약하는 스타일이지만, 제가 결혼하기 전에 살아왔던 절약의 level과는 현격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세미나 기간 중에 두 분의 다른 staff분들께서 각각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기도를 해주시면서 저희 가족에게 주셨던 대언(代言) 중 일치된 것은 "Rejoice always"도 "Pray without ceasing"도 "Give thanks in everything"도 "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Enjoy! Enjoy!" 였습니다. "육의 휴식과 즐거움의 욕구를 허락하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아왔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것을 내가 거리낌 없이 즐기기 원하신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지난 17년간 사로잡아왔던 정죄감으로부터 저를 자유케 했습니다.
세미나에 함께 참석한 분 중 한국인 1.5세인 C 자매님은 휴가와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이 Vacation Club Membership을 산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그런 곳에 큰 돈을 썼다는 것이 죄책감이 되었습니다. 이 문제로 계속 기도를 하던 중 하나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셔서, membership을 이용해 좋은 휴양지 숙소를 목회자 분들께는 discount를,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께는 전액을 제공함으로 지친 사역자들에게 쉼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그 분 덕에 (목회자도 아닌 저희 가족이) 세미나 이후의 이틀을 2-bedroom 2-bath resort에서 육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호사를 7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저희 가족 모두가 "enjoy"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진심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의 갈등이나 정죄감 없이...
<Post Script>
지난 10일동안 C 자매님은 다시 틈만 나면 Waikiki에 있는 resort에 빈방이 나는지 찾고 있었습니다. 세미나 진행을 맡은 staff들 모두가 많은 수고를 했지만, 그중 숙소, 식사, 간식등을 맡은 노르웨이인 S 부부가 특히 수고가 많았기에 그 부부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으로요. 그런데 8월의 Waikiki는 임박해서 좋은 숙소를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 C 자매님의 오늘 아침 기도 시간에 S 부부에게 깜짝 놀랄 일을 준비하셨다고 말씀하셨고, 그리고는 Hilton Waikiki에 있는 3-bedroom 3-bath의 2층짜리 penthouse가 빈 것을 발견 했습니다. 이번 주말 S 부부는 그의 장성한 아들과 그리고 아들이 속한 축구팀 전체를 그곳에 초청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기대에 들떠 있다고 합니다. 저처럼 쩨쩨하지 (?) 않으신, 통 크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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