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피아노 구입 (북가주)
중고 피아노 구입 (북가주)
원래 중고를 즐겨 사는 편은 아닌데 최근 큰 지출이 있어서 중고 피아노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중고차 구입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했지만 실제 해보니 훨씬 어렵더군요.
[중고 피아노 구입의 애로점]
- 개인이 내어 놓은 매물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Craiglist, eBay, local 신문등을 다 뒤져봐도 가뭄에 콩나듯 나오곤 했습니다.
- 그나마 나오는 매물들도 최하 30년 넘은 거의 골동품 수준의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가격도 그다지 착하지 않더군요.
- Piano dealer에 가면 trade-in한 것들이 몇개씩 있는데 개인거래가보다 40~50%높았습니다. 흥정해서 20%정도 깎을 생각을 하더라도 20%이상 더 지불해야 하는데, 문제는 개인거래로 나오는 매물보다 상태가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부러지거나 한 것은 없지만 대충 닦고 조율한번 한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Gray Market Piano란?]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게 일본에서 restored (or refurbished) 된 피아노였습니다. 일본 내수용으로 제작된 것을 수입한 것이라 "gray (grey) market"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Bootleg" piano라고도 합니다.) 문화적인 이유로 일본에서는 중고 피아노 시장이 잘 형성되지 않다보니 갈데 없는 매물들을 사들여 왕창 손을 본 후에 미국 시장에 내어 놓는 판매루트가 형성된거지요. 1980년대 만들어진 것들이 대다수이고, 1990년대초에 만들어진것도 간혹 있습니다.
앞 글을 쓰는데 가장 많은 정보를 제공한 Larry Fine의 Piano Buyer Guide에 따르면 이런 피아노는 사지 말아야 할 것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처음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다가, 앞서 열거한 애로점에 지친 후 조금 더 여기저기 찾아본 결과 사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Gray market piano의 원조는 아마도 피아노 string 제조 업체인 일본 도레미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1996년부터 미국으로 restored piano 수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비슷한 업체가 몇개 더 있어 보입니다. Gray market piano는 restoration공정을 일본에서 한 것과 미국에서 한 것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는 기초적인 수리만 한 repairing 수준으로 보여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한 경우는 전문 공장에서 reconditioning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sound board를 포함한 몸통은 당연히 오래된 것 그대로지만, 가장 노화가 많이되는 string, tuning pin, hammer는 새것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이고, 칠도 새로 했기 때문에, 뒷태 빼고 보이는 것으로만으로는 새것과 거의 다름 없습니다. (노인이 성형해도 걸어가는 뒷 모습 보면 나이를 안다고 누가 그러더군요 ㅎㅎ)
[Gray Market Piano에 대한 논란]
Larry Fine외에도 여러 곳에서 이런 피아노들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나열한 것을 많이 읽었고 나름 많은 설득력이 있었습니다만 (참조: Grey Market Used Pianos) 각각의 논점에 대한 답변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일본은 다습한 지역이고 미국은 건조한 지역이다. 따라서 일본용으로 제작된 피아노를 미국으로 가져오면 나무가 뒤틀리거나 심하면 금이 갈 수 있다"
-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이런 주장을 하는 매체는 대체로 Yamaha dealer들이고, 다들 추측일뿐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그런 문제를 겪은 사람의 경험담을 web에서 여러모로 찾았지만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 Yamaha와 Kawai는 미국시장 진출 초기에 시장의 차이로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것이 사실이고, 개선책 중 하나가 wood seasoning을 "wet" (일본용), "dry", "super-dry" (미국용) 으로 구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 내의 기후는 일본 못지 않게 다습한 지역도 있고, 사막과 같이 메마른 지역도 있습니다. 일본 역시 내륙지역은 무척이나 건조합니다. Yamaha는 지금도 그 구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Kawai는 1990년대 말에 더이상 구분 없이 같은 공정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참조: Seasoning Pianos for Different Climates)
- 일본의 refurbishment factory에 방문한 사람에 따르면 공정과 품질검사가 무척 엄격한 기준으로 진행되고, 기후별 공정차별도 marketing 수단을 위한 허풍일뿐이라고 합니다 (참조: eBay)
- 이런 문제가 정말 있다면 이런 피아노를 취급하는 dealer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텐데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습니다. Doremi USA는 18년째, 이 지역의 한 dealer는 12년째 이런 피아노만 팔고 있고, 유명 brand의 평판 좋은 정식 dealer들에서도 20년 넘게 팔아왔지만 전혀 문제가 된적이 없다고 합니다. (참조: DC Pianos, Peninsula Piano)
- 한국이나 일본에서 이민시 piano를 가져온 사람들도 문제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 "미국으로 수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warranty가 적용되지 않는다"
- Yamaha warranty는 non-transferable입니다. 따라서 미국시장용 피아노를 포함한 모든 중고는 warranty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참조: Yamaha Warranty)
- Kawai warranty는 transferable이지만, 10년간만 유효합니다. 어차피 20~30년된 피아노들이라서 제조사의 warranty는 전혀 의미가 없습니다. (참조: Kawai Warranty)
- 대다수의 gray market piano를 파는 dealer에서는 5년 자체 warranty를 제공합니다. 단,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체이므로 도산할 경우의 문제는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일본제품의 내구성이 기본적으로 좋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며, 굳이 문제가 될 부분이 있다면 action정도라고 생각합니다.
- "정식으로 수입된 것이 아니라서 고장나도 부품을 구할 수 없다."
- Dealer에서는 부품을 팔지 않더라도 부품을 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참조: Houston Piano Company).
[북가주 Gray Market Piano Dealers]
Doremi USA의 dealer들을 알아봤는데, refurbished보다는 새 피아노 판매에 주력하는 정규 dealer들이라서 포기했습니다. Craiglist에서 발견한 북가주 지역에서 refurbished piano만 전문취급하는 dealer 두 군데를 가봤습니다. 입고 시기가 비슷한 것으로 보아 같은 supply chain인 것 같아보이고, 둘 다 owner가 직접 영업하며, 가격도 비슷합니다 (Doremi dealer보다 약 10~20%가량 저렴).
- Best Piano Deals: http://www.bestpianodeals.com/ 40대 정도의 Kevin이라는 사람이 운영합니다. 전형적인 salesman 냄새가 나지 않고, 확실치 않은 것은 모른다고 솔직이 말하고, 가격도 거의 거품 없는 수준으로 말해줘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참조: Yelp review) Yamaha U series (U1, U2, U3, UX)를 주로 팔고 적은 수량이지만 Kawai 도 팝니다. 전량 다 vertical piano입니다.
- Singer Piano Center: Web page 없습니다. Frank라는 이름의 은퇴한 중국인 음악교사가 owner로 2002년부터 사업을 했다고 합니다. 중국인다운(?) 자신감이 넘치고, 가격에도 거품이 그다지 없습니다. 입고전부터 예약을 받아 물건을 고를수 있는 priority list를 만들더군요. 오로지 1979~1988년에 제작된 Yamaha 52 inch vertical model (U3, UX-3) 만 판매합니다.
[Gray Market Piano 적정 가격]
중고 피아노의 적정가격 산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Brand, model, 높이, 제조년도, 색깔을 전화나 이메일로 일차 문의합니다. 제조년도는 serial number만 있으면 제조사 web page에서 확인이 쉽게 가능합니다.
- Yamaha S/N : http://usa.yamaha.com/support/finding_age_of_yamaha_piano/
- Kawai S/N : http://www.kawaius-tsd.com/pages/serial_manudate.html
- 해당 model의 현재 신품 시세를 확인합니다.
- Yamaha : http://www.pianobuyer.com/fall13/251.html
- Kawai : http://www.pianobuyer.com/fall13/224.html
- 단종된 model인 경우는 web에서 찾으면 어떤 것과 compatible한지 알수 있습니다.
- Yamaha U3F, U3G, U3H, U3M, U3A, U3N, W3A* -> U3
- Yamaha UX#, YUX# -> YUS# (#=1,3,5)
- 현재 시세 SMP의 80%를 street price로 가정하고, 감가상각표에 따라 피아노 나이에 따른 할인율을 계산합니다. (참조: Depreciation Schedule).
- 위의 산정가격은 개인거래일 경우이고, dealer에서 살경우 약 20%가 더 붙고, sales tax와 delivery도 추가됩니다. 아예 다 포함해서 "Out-of-the-door Price"로 흥정하면 더 편합니다.
- Gray market piano의 경우는 위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쉽게 할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일본에서의 중고 피아노 시세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 Rakuten이라는 일본최대 쇼핑몰에서 model 이름으로 검색하면 일본 현지 시세를 쉽게 알수 있습니다.
- 일본가격은 통상 세금포함 (税込, 현재 5%, 곧 10%인상) 인데, 제가 몇개의 model을 놓고 흥정해 보니 이 가격이 북가주 dealer들이 납득할만한 tax & delivery 제외한 가격의 마지노 선 ((제가 찾아낸 모든 자료를 동원해 보여주고, 더 깍아주지 않으면 다른데 가겠다고 나오기도 2번 정도 했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이 가격 이하로는 못판다고 하는 수준) 에 근접합니다. 배로 운반해 와야 하니 그정도 차이는 이해할만 합니다.
- 이 가격에는 신품 adjustable bench, 5년 warranty, 처음 1번 tuning이 포함되며, 30여년된 것 기준으로 새 피아노의 약 1/3정도 이하의 가격이 되는데, 사실 싹 손봐서 나온 것 생각하면 무척 착한 가격이라고 봅니다.
- 참고로 위에 언급한 두 dealer의 경우 처음 제시하는 가격 자체가 그리 터무니 없지 않았습니다. 제가 산출해보고 밀고 당기고 한 후 결론 내린 적정수준 + 10~20%정도였습니다. 개인 거래를 통해 살 경우 piano technician에게 한번 봐달라고 의뢰해야 하는 비용 (중고차 거래시 car mechanics에 의뢰해 차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과 마찬가지) 을 생각하면 꽤 좋은 가격입니다.
[Piano 고르기]
악기인데다 중고라서 하나 하나가 음색을 비롯한 모든 것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한번 손 봐 나온것이라 piano technician에게 다시 검사를 의뢰할 필요는 없겠지만, 잘 골라 사야 하므로 본인이 아는 중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를 반드시 모시고 가 직접 쳐보고 골라 달라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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