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업계 지각변동: 니콘의 RED 인수

(한달 반 전에 썼어야 할 글인데 제가 너무 겨를이 없어 뒤늦게야 씁니다)

 

6년 전 니콘이 처음으로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full frame mirrorless camera)인 Z6와 Z7을 발표했을때 제가 <Nikon Camcorder?> 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요지는 카메라 업계의 Big 3 중 유일하게 still camera 한 우물만 우직스럽게 파 온 니콘이 mirrorless camera를 본격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의 의미가 "video camera와 still camera간의 가교"라고 봤고, 조만간에 니콘도 cine camera (영화용 카메라)를 시작으로 camcorder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측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예측대로 지난 3월 8일 드디어 니콘이 cine camera 시장에 뛰어든다는 뉴스가 떴는데 그 방법이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cine camera의 최강자 중 하나인 미국 RED사를 통째로 인수한 것이지요.  영화 제작 업계에서는 digital cine camera의 양대 산맥으로 107년 전통의 독일 업체 ARRI와 19년 된 신흥 미국 업체 RED를 꼽습니다.  ARRI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톤의 화질로 고예산의 Hollywood 영화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RED는 초고화질과 막강한 내장 "압축" RAW 파일 특허를 (맨 아래 YouTube 내용 참조) 무기로 TV show나 Netflix 영화등의 제작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진 업계와는 달리 영상 업계에서는 신흥 업체가 뚫고 들어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높은 벽이 있습니다.  제작에 앞서 투자자들과 의뢰자들에게 촬영및 제작 계획을 설명하고 그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수순인데 이들에게는 이미 검증된 "안전한" 장비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기술로만 본다면 니콘이 2년 반 전에 출시한 Z9은 이미 영상 제작용으로 손색이 없는 성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니콘이 영상 업계에서는 완전 무명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되는 일은 미미했습니다.

 

수입(revenue)으로만 본다면 니콘의 작년 실적인 거의 $5B (50억불)이었으니까 $303M (3억불) 규모 수입을 내는 RED가 직접적으로 기여할 바는 크다고 볼 수 없어도, RED가 가진 내장 "압축" RAW 파일 원천 특허와 시장에서의 명성은 니콘에게 당장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양 사 간에 충돌하거나 중복되는 부분도 없고 그야말로 양사의 장점만이 더해지는 결과라서 가히 환상의 마리아주이자 "신의 한 수"라고 봅니다. 

 

 

Still camera 시장이 빠르게 핸드폰에 잠식되어 가고 DSLR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한 때 단연 최고의 카메라 업체로 꼽히던 니콘의 존망을 많은 사람들이 논하던 중에 들려온 이 소식은 필카로 애용하던 Contax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린 trauma가 있고 ("필카를 떠나야 할 때?") 오랜 니콘빠인 제게는 무척이나 기쁜 소식입니다.  향후 1~2년 안에 출시될 제품들이 어떤 것들일지가 정말 기대 됩니다.

 

"RED One 영상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자" (2010년 10월에 SLRClub.com 에 올라왔던 글)

 

[출처: https://newbharat247.com/web-stories/acquires-red-digital-camera-in-industry-game-ch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