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Outreach: Tenderloin 지역
다들 아시다시피 샌프란시스코는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알려진 곳입니다. 실제로 반경 4Km 남짓한 아담한 크기의 도시에 해변마다, 골목마다 구경할 명소와 맛집들이 가득해 일주일을 넘게 돌아다녀도 계속 새로운 매력을 계속 볼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러나, 관광지로 각광 받는 곳이 아닌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샌프란시스코 역시 무척 난감한 민낯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YWAM BEDTS 10주를 마치면서 1시간 거리의 샌프란시스코로 outreach를 다녀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지역별로 별명이 붙은 60여개의 지역(neighborhoods)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텐더로인(Tenderloin '고기 안심 부위'란 뜻)입니다. 박봉으로 싼 고기만 먹던 경찰서장이 이곳으로 부임한 후로는 뇌물로 돈을 많이 벌게 되어 안심 스테이크를 먹게되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기도 하고, 이 지역 경찰들은 위험수당을 많이 받아 그 돈으로 안심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명품점/특급호텔이 즐비한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와 금융가(financial district)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지만 텐더로인은 노숙자(homeless)와 마약과 범죄가 넘쳐나는 샌프란시스코의 치부(恥部)이자 환부(患部)인 지역입니다.
[조선일보 2023년 7월 20일자 기사]
1849년 골드 러시(Gold Rush)때부터 도심 거주지로 형성되었다가 1800년대 말부터 극장, 식당, 호텔들이 들어섰고 1906년 대 지진 때 화재로 대부분의 건물들이 소실된 후 재건되면서 호텔, 도박장, 극장, 사창가등 밤거리를 주도하는 시설들로 점차 채워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 전역에 걸쳐 대도시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갔는데, 샌프란시스코도 예외는 아니었고 베트남 전쟁 후인 1970년대 말부터 이 빈 집들은 베트남에서 온 중국인, 캄보디아에서 온 크메르족(Khmer), 라오스에서 온 몽족(Hmong) 등의 난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난민들 외에 동성애자들도 이 지역에 많이 유입되었고, 이와 비례해 매춘업, 스트립 클럽등도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LGBTQ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ed, and Queer 성소수자)의 도시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중에서도 핵심적인 지역이 바로 이 텐더로인입니다.
북미 대도시 어디나 노숙자(homeless)가 넘쳐나지만 연중기후가 비슷하고 온화한 샌프란시스코는 특별히 노숙자가 많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약 80만명의 총 인구 중 대략 1% 정도(다른 통계에는 2.2%)가 노숙자인데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전세계의 경제에 큰 타격을 주면서, 노숙자들도 계속 늘어났습니다. 월세로 살아가는 사람이든지, 집을 사서 융자금을 갚아가는 사람이든지, 저축 없이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실직 수당을 받는 기간(캘리포니아는 12개월)을 넘기면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불법체류자들은 이런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직장을 잃으면 곧바로 노숙자로 전락할 수 밖에 없지요.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 중 간간히 샌프란시스코 갈 때마다 뒷골목에 눈에 띄게 늘어나는 텐트들을 볼 수 있었는데, 지난 주에 가 본 텐더로인 지역은 정말 탄식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캘리포니아 주는 지난 3년간 무려 100억불(13조원)이나 되는 돈을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했고, 샌프란시스코도 2년간 11억불(1.43조원)을 썼습니다. 그러나 부동산과 인건비가 워낙 비싼 지역이다보니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낙후된 호텔/아파트를 저소득자 주택으로 바꾸는데는 한채에 1백만불(13억)이 소요되고, 시에서 인가를 한 텐트촌(homeless tent site)을 운영하는 것도 화장실/샤워실/하루 세끼 식사/경비 등으로 텐트 한개당 연 6만불(7800만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기저 질환이 있거나 나이 60세 이상인 사람들은 시립 아파트에 우선적으로 주거 혜택(sheltered)을 받으나 전체 노숙자의 절반 정도만 수용이 가능하고 나머지(unsheltered)는 노숙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체 합숙을 하는 곳들도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에는 단체 감염의 우려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차라리 노숙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노숙을 하다보면 자연히 각종 성폭행, 폭행, 질병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실제로 이성이건 동성이건 가리지 않고 1/3 이상의 노숙자들이 성폭행을 겪게 됩니다.
노숙 생활이 길어지면서 자존감이 상실되고, 이 때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잊고 싶은 유혹이 들어오면,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에 손을 대게 됩니다. 가장 만연한 마약은 펜타닐(fentanyl)로 모르핀(morphine)보다 50~100배 약효가 강하면서도 저가 제조가 가능해서, 2010년대 초부터 미 전역에 대량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강력한 진통 효과에 비례해 환각 현상도, 중추 신경 손상도 엄청나며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동반한 금단현상 때문에 한번 손을 대면 자력으로 끊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텐더로인 길을 걸어가다 보면 주사, 흡입기등 다양한 방법으로 백주대낮에 대로변에서 버젓이 마약을 취하는 노숙자들의 모습을 일상처럼 보게 됩니다.
고작 2mg에 불과한 치사량으로 인해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람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거리의 노숙자들을 보면 "삶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니 저런 꼴로 살지", "일도 하고 싶어하지 않고 게을러서 저렇게 사는거야", "노숙자들은 다 위험하고 폭력적이지" 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일부 맞는 말도 있으나 상당수의 노숙자들은 불가피한 상황에 떠밀려 노숙자가 되었고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You think we like being out here like this,
living like this, being addicted like this? No we don’t.”
(우리가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것, 이렇게 사는 것,
이렇게 중독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요? 아니요, 우린 그렇지 않아요)
희망을 잃지 않아야할 것은, 텐더로인 지역의 여러 교회와 구호 단체와 선교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런 사람들을 돌보며 선도하려고 매일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덕분에 의외로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무엇보다도 노숙자들에게는 끼니 외에도 함께 마음을 나누며 용기를 북돋워줄 이웃들이 필요합니다. YWAM San Francisco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이 단체가 사용하는 건물은 원래 성인용품 판매점과 포르노 영화 촬영을 하던 장소였다고 합니다.)
저희가 간 날은 San Francisco Pride Celebration (성소수자 축제) 전날이었습니다. 성소수자 지지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이 걸린 캘리포니아 대법원(Supreme Court of California) 건물 앞에서 worship dance를 했습니다.
그룹 당 3명으로 흩어져 노숙자들과 만나 늦은 점심으로 먹으라고 샌드위치를 주고, 대화를 나누고,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짧게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미국에서 노숙자들과 거리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저도 처음입니다) 시청 부근에서 만난 Tyler와 Fernando. Tyler는 음악을 사랑하는 드러머라고 해서 밴드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몹시 상한 치아와 어눌한 말투로 미루어보건데 이 친구도 마약을 하는 것 같으나 다행히 대화는 가능했습니다. 옆에 간신히 앉아 있는 Fernando는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중추신경이 완전 망가졌는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가엽게도 80~90세 된 노인처럼 등이 완전히 굽어 있었고 대화도 어려웠습니다.
언덕길에서 만난 30대 청년 Kai. 기도해주기 원하는 것이 있느냐 물으니 "어디든 일자리가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와 함께 있던 40대 중반의 tatooist Rodger. 직장에서 갑자기 해고를 당하면서 노숙자가 되었고, 가족들과도 헤어져 지낸지가 무척 오래되었는데 얼마전 딸에게서 성전환자(transgender)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미술을 좋아해서 그림과 문신을 계속 하고 싶은데 기회가 다시 생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마약 때문에 교도소에 2년간 있기도 했지만, 그 후에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깊게 경험한 적이 있다며 시편 38편 (회개의 기도)의 일부를 암송했습니다. 예배를 다시 드리고 싶어 가까운 교회에 갔는데 '당신 같은 사람이 여기 왜 왔어?'라는 듯한 배척과 무시의 분위기 때문에 다시 가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우리 교회는 별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당분간 일요일 저녁마다 샌프란시스코에 갈 일이 생겼는데 혹 다시 만나게 되면 더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습니다.
보드데커(Boeddeker) 공원 건너편 비탈길에서 만난 65세의 베트남인 노인 Lucky. 베트남전을 겪다 탈출한 boat people이고, 평생 미혼으로 부모님과 살다가 2년전 어머님께서 소천하신 후로는 홀로 산다고 합니다. 다행히 60세가 넘어서 시에서 배정해준 아파트가 있지만, 낮에는 길에 나와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같은 인종인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강아지 한마리와 따로 떨어져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평생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지금도 아무 문제 없이 잘 산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커다란 외로움이 느껴져서, "남은 생을 함께 할 친구를 주십시오"라고 함께 기도드렸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쳐다봐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이 사람도 혹 다시 볼 수 있으면 짧게라도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은 점점 나쁜 쪽으로 기울어 왔고 최근 들어서 그 양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 마치 18세기 영국과도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영국의 그런 참담한 상황은 조지 휫필드(George Whitefield)와 요한 웨슬리(John Wesley)와 같은 사람들을 통한 18세기 부흥을 통해 크게 변화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부흥의 이전에는 깊은 영적 타락과 위기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점 어두워져가는 샌프란시스코에도 혹 그 때와 같은 부흥을 부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하나님의 긍휼을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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