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
"그랑 메종 도쿄"는 2019년에 방영된 일본 드라마입니다. [Neflix, Watcha] 과거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주인공이 3년간 망가진 삶을 살다가 정신을 차려 자신의 꿈이었던 3스타 레스토랑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모티프(motif) 자체는 2015년 미국 영화 "더 셰프 (Burnt)" 의 것을 베껴온 듯 합니다. 하지만 영화 "더 셰프"는 줄거리 면에서 너무 1차원적이라 음식의 화려함 외에는 사실 별로 볼 것이 없었는데, 이 드라마는 5배 정도 더 긴 시간에 더 많은 사연들과 감정들을 깔끔하게 잘 담아내서 보는 재미가 몇 배 더 큽니다. 그래서 표절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네요.
화려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fine dining restaurant) 의 이면에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되기 위해 피땀을 흘리는 전세계 정상급의 셰프들의 노력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고, 멋진 음식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습니다만, 줄거리면에서도 상당히 잘 만든 작품입니다.
제목의 그랑 메종 (Grande Maison)은 프랑스어로 큰 집이라는 뜻입니다. 드라마는 망가진 천재 셰프 오바나 나츠키 (기무라 타쿠야 扮) 와 노력형이지만 성과 없는 평범한 셰프 하야미 린코(스즈키 쿄카 扮) 의 만남으로 시작합니다. 오바나 나츠키는 파리에서 한때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 (owner chef) 이고 프랑스의 일본인 셰프 중 최초로 3스타를 획득할 기대를 받은 일본인 셰프들의 우상이었는데, 파리에서 열린 일본/프랑스 정상회담에서의 식사를 맡았다가 땅콩 알러지 사건을 일으키고는 잠적한지 3년째 였습니다. 하야미 린코는 수십년간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별 한개도 받아본 적이 없어 절망하며, 파리의 3스타 레스토랑에 취직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왔다가 테스트에서 불합격의 고배를 마십니다. 하야미는 오바나가 만들어 준 새우 요리를 먹고는 감동하는 동시에 좌절을 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려는데 오바마가 둘이 함께 3스타 레스토랑에 도전해 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꿈은 우여곡절과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루어 집니다.
오바나는 이 발표가 있기 직전에 사직을 하고 나왔으나 발표회장 밖에서 결과를 보고 있었지요.
전세계에서 미슐랭 별 받은 레스토랑이 가장 많은 도시는 도쿄입니다. 마지막 회에 별 3개 받은 식당들을 호명하는데, 모두 도쿄의 실제 3스타 레스토랑들입니다. 아마도 그 곳 셰프들이 출연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는 하야미에게 오바나가 손가락을 들어 별 3개를 표시합니다.
하야미가 달려나와 기쁨을 나눕니다.
한국에도 레스토랑을 주제로 한 드라마들이 있었지요. 대표적인 것이 2010년 방영된 "파스타" 인데, 솔직히 말해 배경만 레스토랑이지 걍 B급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그에 반해 이 "그랑 메종 도쿄"는 로맨스의 비중은 거의 없고 요리와 음식에 집중한 것이라서 좋습니다.
설정이 전형적인 일본의 만화/드라마의 진부함을 따르는 것이 좀 흠입니다.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막말하는 천재 주인공. 하지만 알고보면 츤데레 (ツンデレ) 라서 주위 사람들을 위해주고 아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
미슐랭 스타를 받는 길은 까다롭고 험난합니다.
음식의 맛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결국은 손님의 만족도 창출이라서 모든 서비스 면에서도 완벽해야만 합니다.
3년 전의 땅콩 알러지 사건 때문에 오바나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그가 갑자기 잠적함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던 그의 동료들은 모두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채 패배자로 일본에 돌아와 살고 있었는데, 그들을 한명씩 만나 다시 꿈을 되살려내는 일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그들 모두의 마음 속에는 요리를 향한 열망이 오바나를 향한 증오보다 더 컸습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음식잡지 마리 클레르 다이닝의 편집장인 린다 마치코 리샤르 (토미나가 아이 扮) 와는 연인 관계였는데, 그녀와도 원수지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바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린다는 모든 인맥과 영향력을 동원해 오바나의 재기를 막으려고 합니다. 그런 린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오바나의 유일한 방법은 결국 그녀의 혀를 감동시킬 음식을 만들어 선보이는 거였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오바나는 절대 남의 음식을 맛있다고 말하는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대신 너무 맛있는 것을 먹고 나면 고개를 들어 본능적으로 천장을 쳐다 보게 되곤 합니다.
오바나에게 거의 의지하다시피 해서 레스토랑을 끌어오던 하야미는 연구에 연구를 거급해 모든 스탭들이 깜짝 놀란만한 바리(생선 종류, serranidae) 메인 요리를 완성시켜 보입니다. 모두들 이 이상의 생선 요리는 없을거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오바나는 천장을 쳐다 보지 않고, 뭔가 깊게 생각하더니 "아줌마! 그 바리요리로 3스타 딸 것 같아?" 묻습니다. 망설이던 하야미는 "모르겠어"라고 대답하자, 오바나가 "그럼, 대신해서 말해줄께. 그 바리 요리로 3스타는 무리야"라고 합니다.
오바나는 참치로 새로운 멋진 요리를 만들어 냅니다. 이걸로 3번째 미슐랭 3스타 심사를 통과하기로 합의 했는데, 심사위원들이 거의 확실한 손님들이 오자, 하야미가 갑자기 말합니다. "미안, 역시 참치는 하지 말자. 참치가 아니라 내 바리 요리를 낼거야. 솔직히 말해서 내 바리가 더 좋았어." 끝까지 하야미가 뜻을 굽히지 않자, 오바나는 "난 이제 이 가게 사람이 아니야. 마음대로 해"라고 말하며 나가 버립니다.
성질 더러운(?) 오바나의 단면을 보는 장면이었는데, 사실 그의 진심은 3스타 레스토랑을 짊어져 갈 하야미의 "확신"을 보고 싶어 극한 상황으로 밀어 붙인거였습니다.
하야미도 나중에야 그의 진심을 알게 되었지요.
이 드라마에서 멋진 프랑스 요리들을 눈요기하는 재미를 빼 놓을 수 없겠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드라마에서 나오는 음식들인데요, 도쿄의 3스타 레스토랑인 Quintessence와 2스타 레스토랑 INUA 에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드라마에 요리를 제공한 셰프들이 설명하는 요리의 자세한 설명이 방송국 웹페이지에 제공되어 있으니 요리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가서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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