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로 떠난 가을 온천여행: '기리시마 신궁'
「료코진 산소(旅行人山荘)」에 짐을 내려놓고 저녁까지 시간이 조금 있어서 차로 20분거리의 기리시마 진구(霧島 神宮, 기리시마 신궁)를 갔습니다. 부근 숲이 좋다고 해서 산책 삼아 갔던 것인데 예상한 것보다 엄청난 크기의 신사(神社)라서 많이 놀랐습니다.

기리시마 신궁(霧島神宮)이 이렇게 큰 규모인 이유는 일본 건국 신화의 중요한 장소로, 2022년 국보로 지정된 유서 깊은 신사(神社)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기리시마 신궁 외에 일본에서 신궁(神宮)으로 불리우는 대표적 신사들은 일본 황실의 조상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를 모시는 미에현(三重県)의 이세 신궁 (伊勢神宮)을 비롯해서, 메이지 천황과 쇼켄 황태후의 영혼을 모시는 도쿄도(東京都) 시부야구(渋谷区)의 메이지 신궁 (明治神宮), 교토의 마지막 천황인 고메이 천황과 초대 천황인 간무 천황을 모시는 교토부(京都府) 교토시(京都市)의 헤이안 신궁 (平安神宮)등이 있습니다.
일본의 건국 신화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에 기록되어 있으며, 일본의 지리, 신토(神道, 신도) 신앙, 그리고 천황가의 기원을 설명하는 근간이 됩니다. 일본의 대표적 종교인 신토는 신화, 가미(神, 신), 자연 숭배, 조상 숭배 등을 혼합한 토착 민족 신앙입니다.
신토(神道)는 자연과 신을 동일시하며, 제사를 통해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제사의 종교'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조나 경전이 명확한 형태의 종교가 아닌, 생활 문화이자 민간 신앙으로서 일본인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불교와 공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이후 일본 정부는 신토를 불교와 분리하고 국가주의적 요소를 강화한 '콧카 신토 (国家神道, 국가 신도)'를 확립하여 천황을 숭배하고 신사에 참배하는 것을 국민의 의무로 삼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콧카 신토 (国家神道'는 해체되었지만, 신토(神道)는 여전히 일본인의 정신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신년에는 신사(神社)에 참배, 결혼식은 교회에서 서양식으로, 장례는 절에서 불교식으로 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본인의 문화인듯 합니다.
'신토(神道)'의 핵심적인 문화로 신전인 신사(神社), 그 입구에 성속(聖俗)의 경계를 상징하며 세워지는 붉은 문 토리이(鳥居), 그리고 지역마다 연례행사로 성대히 거행되는 마츠리(まつり)를 꼽을 수 있습니다. 현대의 마츠리는 종교적 의미가 축소되어 관광객들에게 지역 공동체의 단합을 다지는 잔통문화 행렬 정도로 인식되지만 한자표기는 '祭り'로 '제사를 지낸다'는 뜻의 일본어 동사 '마츠루(祭る)'의 명사형 표기입니다. 그래서 지역 신사(神社)에 모셔진 카미(神)에게 감사를 표하고, 풍작, 건강, 재난으로부터의 보호를 기원하며, 신을 즐겁게 해드리는 공식적인 제사 의식이 선행되며, 참가자들은 제의에 앞서 미소기(禊, みそぎ, 목욕재계) 등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여 신성한 존재를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가고시마(鹿児島) 현과 미야자키(宮崎) 현에 걸쳐 있는 기리시마(霧島) 산 일대는 일본 건국 신화의 핵심 무대 중 하나이며, 특히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의 손자인 '니니기노 미코토(瓊瓊杵尊)'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텐손강림(天孫降臨)' 신화의 구체적인 장소는 기리시마 연산의 최고봉인 「다카치호노미네(高千穂峰)」로 전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리시마 지역은 일본 건국 신화의 성지로 여겨지며, 「다카치호노미네」 산 정상에는 '니니기노 미코토(瓊瓊杵尊)'가 강림했을 때 꽂았다는 '아마노사카호코(天逆鉾)'라는 신성한 청동 삼지창(槍, spear, 일본어 표기는 鉾)이 정상에 상징적으로 꽃혀 있습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평일이라 무척 한산했지만, 새해 첫날 몰려들 참배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이 있고 붉은 문 토리이(鳥居)를 지나 혼덴(本殿, 본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토리이(鳥居)는 '새(鳥)'가 '머무르는 곳/거처(居)'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새 횃대 모양으로 만듭니다.
'신토(神道)'에서 새는 신과 인간 세계를 연결하고 신의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messenger)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신성한 영역의 경계에 새들이 앉아 쉴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 신이 그곳을 통해 오가도록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한편, 일본 신화에 따르면 태양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神)'가 동굴에 숨어 세상이 어둠에 잠겼을 때, 한 현명한 노인이 닭들을 큰 나무 횃대에 올려놓고 울게 하여 그녀를 동굴 밖으로 유인했다는 일화가 있어서, 이 '닭이 앉았던 횃대'가 토리이(鳥居)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붉은 문 토리이(鳥居)를 지나 빽빽한 나무 숲 사이에 난 길을 통해 들어 갑니다.

혼덴(本殿, 본전) 앞에서 입구 쪽으로 뒤돌아 본 전경


혼덴(本殿, 본전)입니다.


혼덴(本殿, 본전) 옆에는 기원(祈願)하는 내용이 담긴 갖가지 오마모리 (お守り / 御守り, 부적)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내용들은 학업성취, 합격기원, 교통안전, 건강기원, 연애 및 결혼, 금전운, 출산 및 순산 등입니다.

일반적으로 작은 주머니 형태로 만들며, 그 안에 담겨진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게 열어보는 것을 금지합니다. 오마모리의 효력은 보통 1년 정도 지속된다고 믿어집니다. 1년이 지나면 부적을 구입했던 신사나 다른 신사에 반납하고, 감사의 의미를 담아 태워서 보내며 새 오마모리를 받곤 합니다.

혼덴(本殿, 본전) 앞에 있는 큰 나무에 줄이 둘러져 있습니다. '신토(神道)'에서는 산, 바위, 큰 나무 등 자연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습니다. 이 중 특별히 신성시되는 큰 나무를 '신보쿠(神木, 신목)'라고 부르며, 신이 그 안에 좌정해 있음을 표시하기 위해 '시메나와(注連縄/標縄, 주련전/표전, 연결을 주의하라는 줄, 표시하는 줄)'라는 굵은 새끼줄을 두릅니다. 한국 무속신앙에서 마을의 '당산(堂山)나무'에 줄을 두르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혼덴(本殿, 본전) 옆 쪽으로 가는 길입니다.

혼덴(本殿, 본전)의 3~4배되는 규모의 이 건물은 카구라덴(神楽殿, 신락전)이라는 곳으로 본래 신내림을 기원하며 추던 춤을 양식화하여 신사에서 제사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기도와 봉납을 위해 무녀(巫女)나 전문 연기자들이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춤과 음악을 연주하고 공연하는 장소로 사용됩니다.



카구라덴(神楽殿, 신락전)에서 혼덴(本殿, 본전)을 본 전경

듣던대로 신궁(神宮) 뒷쪽으로 있는 삼나무 숲길이 정말 울창하고 멋집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5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산속이라 벌써 어둑 어둑해져서, 너무 아쉽지만 얼마 가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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