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흑백 사진가: 랄프 깁슨 (Ralph Gibson)
사진에 문외한이라도 라이카(Leica)라는 카메라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앙리 브레송 (Henri Cartier-Bresson), 로버트 카파 (Robert Capa), 만 레이 (Man Ray) 를 위시한 수 많은 전설적 사진 작가들이 애용한 덕에 한 때 카메라의 대명사 격인 존재였지요.
1869년 독일인 에른스트 라이츠(Ernst-Leitz)가 한 회사를 인수하여 개명함으로 탄생한 에른스트 라이츠 광학 연구소(Optical Instisute of Ernst Leitz)에서 1913년 엔지니어 오스카 바르낙(Oskar Barnack)이 35mm 필름을 사용하는 초소형(?) 카메라를 만들었습니다. 35mm 카메라라는 사실만 보면 세계 최초는 아니었으나, 최초로 ("Ur-") "Lei"tz에서 만든 "ca"mera라는 줄임말로 "UR-Leica"라고 명명되었습니다. 그 후 많은 개선을 거쳐 1925년에 Leica I 이 상품화 되어 나왔는데, 손에 늘 들고 다닐 정도로 작고 가벼우면서도, 보기 좋고, 첨단 기능들을 갖춰 대형 카메라로 찍은 사진만큼이나 좋은 결과물을 냈습니다. 덕분에 당시로는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57,000대 이상이 팔리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며, 카메라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습니다. 다음 모델인 Leica II는 최초로 교환식 렌즈와 레인지 파인더(range finder)라는 촛점 확인 기능을 더했고, 1954년에 발표된 Leica M3는 베이요넷(bayonet, 총검)방식의 빠르고 쉬운 렌즈 교환 마운트(mount)를 비롯한 여러가지 독보적 기능에, 망치로 써도 될 정도로 튼튼하면서도 예쁜 바디 (body, 지금 봐도 예쁨. 튼튼하면서도 예쁜 이런 여자 혹시 있나요? 😜)로 열풍을 일으키며 무려 225,000대 이상이 판매 되어 카메라 산업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라이카 M의 역사" 참조]
그 후로 라이카 M 시리즈는 2006년까지 첫 디지털 모델인 M8이 발표될 때까지 필름 카메라로 계속 되었고, 디지털로 변신한 후에도 2022년 1월 발표된 M11 조차 68년째 같은 렌즈 마운트, 같은 수동 촛점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바디(body)만 무려 $8,995라는 경이로운 가격에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기능과 성능으로 본다면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일본 카메라 최신 기종에 비교할 가치조차 없는 복고풍 제품이라서 늘 '허세' 논쟁에 시달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라이카는 왜 그리도 비싼가?" 질문 공세를 끊임 없이 받곤 합니다. 하지만 인건비 비싼 독일에서 황동, 티타늄등을 통째로 깎아가며 수공예로 한땀 한땀 만드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 자체는 정당한지라, 좀 더 합당한 질문은 "라이카 카메라는 왜 그리 비싼데도 여전히 잘 팔리는가?"일 것입니다. 답은??? "롤렉스 시계와 에르메스 핸드백은 왜 그리 비싼데도 여전히 잘 팔리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 답에 상품 이름만 다시 "라이카"로 대입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영 납득이 가시지 않는 분들께는 "사진을 전공하고 상업사진을 찍는데 라이카를 씁니다"라는 글 일독 추천)
어쨌거나 21세기에 와서도 '고가 명품' 카메라라는 브랜드 가치는 계속 유지되고 있고, 덕분에 사진 작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드라마에는 라이카가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특히 여성 사진 작가들)
라이카가 위에 언급한 M 시리즈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SLR(Single Lens Reflex, R 시리즈)도 만들고, 중형 카메라(S 시리즈)도 만들고, 렌즈 붙박이 카메라(Q, X 시리즈)도 만들고, 미러리스 카메라(SL 시리즈)도 만들고, 미래형 디자인 카메라(TL 시리즈)도 만들고, 저가(엥? 🤔)인 똑딱이 카메라(D-Lux 시리즈)도 만듭니다. 판매량으로만 본다면 저가 모델인 Q 나 D-Lux가 더 많지만, 라이카 카메라를 사는 사람들에게 각인 되어 있는 브랜드의 가치의 근원은 여전히 M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M 시리즈와 그 렌즈들은 다른 회사 브랜드에 비하면 가격 방어가 아주 훌륭합니다. M3 부터 써오던 빈티지 렌즈들은 심지어 가격이 계속 올라가니 좀 쓰다 되팔아도 최소 손해 볼 염려는 없습니다.
21세기에도 '필카 느낌의 복고풍 감성팔이'로 장사를 차~~~~~~~암 잘하고 있는 라이카가 역발상을 했습니다. 필카의 특징이 뭐죠? 디카와는 달리 찍은 것을 즉시 볼 수 없고, 현상/인화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디카 시대인데 카메라 뒷면의 LCD를 없앤 모델 (Leica M edition 60, M-D, M10-D) 을 만듭니다. 그리고 가격을 올립니다. 잘 팔립니다 😵 (오른쪽은 필카, 나머지 둘은 디카)
칼라 사진을 찍지 못하는 흑백 전용 디카 (Leica M Monochrome, M10 Monochrome, Q2 Monochrome) 도 만듭니다. 그리고 가격을 올립니다. 이것도 잘 팔립니다 😵 😨 😱 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멍청한(?) 카메라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주로 라이카를 혹은 오직 라이카만 쓰던 사진작가들의 대다수는 타계했습니다. 아직도 현업으로 활동하는 사진 작가들 중에 라이카로 흑백 사진을 주로 찍는 작가 한명을 소개합니다. 1939년 생, 랄프 깁슨 (Ralph Gibson)은 1960년 San Francisco Art Institute에서 사진 공부를 시작하면서 라이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는 여전히 라이카를 사용합니다. 그는 자신의 라이카가 마치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 명기로 알려진 현악기)와도 같고, 손의 연필과도 같아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어떤 것이든 다 표현해 준다고 말합니다.
랄프 깁슨의 사진은 "시각적 특징 (visual signature)의 포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사체에서 발견되는 개인적인 관심과 인식에 근거해, 무척 독창적인 시각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냅니다. 60년 넘게 찍어온 그의 사진에서는 일관 되게 피사체가 암부 계조와 명부의 강한 대비(contrast)로 고립되고, 잘려져 나감으로써 강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냅니다. 2002년 전시회를 열면서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추상적 사진(abstract photographs)"을 찍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 안에 담긴 추상(the abstract in things)"을 사진으로 담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로 흑백 사진들을 찍는 그는 디카 라이카를 달가와하지 않다가, 흑백 전용 Leica M Monochrome이 나온 뒤에야 디카 라이카를 즐겁게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의 사진들 몇개를 골라 올렸으니 멍청한(?) 흑백 전용 라이카를 좋아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한번 감상해 보세요.
개성 있는 에로티시즘(eroticism) 사진에도 발군의 실력을 보였습니다.
에로티시즘(eroticism) 사진 중에 더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상당수가 18금 수준에 몇 작품은 발칙한 준 ㅍㄹㄴ 급이라서 링크만 대신 걸도록 하겠습니다. ["OV Project 08: Ralph Gibson & Erik Olovsson"] 티스토리 AI는 심지어 미술품을 찍은 사진도 노출(bareness) 과하면 당장 강제로 글 내려버리더라고요. 랄프 깁슨의 사진은 대체로 어두워 노출(exposure) 부족이기는 하지만요 ㅋㅋㅋ
어떤가요? 멍청한(?) 카메라도 쓸만한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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