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버 스케이트 (Silver Skates)"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영화 찾기가 힘든데, 간만에 맘에 드는 작품 하나 발견했습니다. "실버 스케이트 (Silver Skates)" 러시아에서 제작한거라서 큰 기대 없이 보다가 작품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깜짝 놀랐어요. 총 감독과 특히 촬영 감독에게 아주 후한 점수를 주고 싶네요.
원작이 미국 여류 소설가 메리 메이프스 닷지 (Mary Mapes Dodge) 가 1865년에 쓴 "Hans Brinker; or, the Silver Skates: A Story of Life in Holland" 라는 네덜란드 겨울 배경의 소설인데, 이것을 1989년 12월의 러시아의 옛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Saint Petersburg) 의 겨울을 배경으로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부유한 여성과 극빈층 남자의 만남이라는 설정이 너무 진부하게 (cliché) 보이는 것이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느꼈던 단점인데요, 원작이 1800년대 중반 작품이니 그건 어쩔 수 없는거고, 그 진부한 설정이 지겹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훌륭한 볼거리와 계속되는 긴장감을 풀지 않고 전개 됩니다. 진부한 설정때문인지 비평가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시청자 만족도는 좋아 보입니다. DAUM영화 8.1/10, RottenTomatoes 시청자만족 84%, IMDb rating 7.1/10.
무엇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풍경이 압권입니다. 영상 퀄리티가 아주 잘 만들어진 디즈니 영화 수준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설경(雪景)인데요, 산과 숲과 들판은 좋아했어도 도시의 설경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도시의 설경에 매료되고 말았네요.
최근 사진을 좀 검색해 봤는데 긴 소련의 통치시기를 거친 후 페레스트로이카 개방을 거쳐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21세기 러시아 임에도 불구하고 숨 막히게 아름답네요. 기회가 되면 겨울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19세기말 ~ 20세기 초의 대한제국의 초라한 모습과 굳이 비교해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겠으나, 우리가 비교적 익숙한 서유럽과는 또 다른 모습의 러시아가 보여주는 위용도 참 대단하군요.
피의 혁명을 불러온 프랑스 귀족의 화려함 못지 않은 사치와 방탕을 누리는 여주인공의 상류사회가 남주인공의 궁핍함과 대비를 계속 보여주면서 17년 뒤에 터질 2월 혁명의 전조와 같은 긴장감을 높여 줍니다.
당시 러시아 제국의 위세와 번영은 대한 제국의 그것과 비할데 없이 컸지만, 러시아 여자들 위상은 한국 여자들 위상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나 봅니다. 여주인공은 대학에 가서 화학자가 되고 싶어 하는데 여자가 대학에 입학하려면 러시아에서도 아버지나 남편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 것으로 나오더라구요.
주인공이 남녀 커플이라서 로맨스 영화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느낌상으로 로맨스의 심리 묘사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로맨스 영화로 기대하고 보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어요. 어쨌거나 삼각 관계가 등장하고 이 구도는 "타이타닉 (Titanic)"의 설정 느낌을 많이 생각나게 합니다만, 추격전이나 액션도 간간히 들어가고, 빈부의 격차에 대한 고민도 던져 주고, 사랑 이야기도 들어가고 해서 계속 지루함 느낄 사이 없이 흥미진진하게 끌고 갑니다.
한국사람들이 좋아할 해피 엔딩 (Happy Ending) 이에요 😜 (응? 요즘은 안그런가요? 라떼는 말에요, 드라마가 해피 엔딩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조짐이 보이면 방송국에 전화 엄청해서 드라마 대본까지 바꾸고 그랬어요)
[여담] 영화 등급이 미국에서 TV-MA이고, 한국에서 청소년관람불가인데, 왜 그렇게 설정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잔혹한 내용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욕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성적인 노골적 묘사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신체노출이 한번 나오기는 하는데 여주인공 가슴 1초 슬쩍 보여주고 넘어가는게 다거든요.
'영화&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라마 "자상한 시간" (6) | 2022.01.08 |
---|---|
다큐멘터리 "14좌 정복 - 불가능은 없다" (6) | 2022.01.06 |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 (6) | 2021.12.27 |
영화 "일요일의 병 (La enfermedad del domingo)" (2) | 2021.12.20 |
영화 "언포기버블 (The Unforgivable)" (2) | 2021.12.15 |
영화 "The Case for Christ" (그리스도측의 변론) (6) | 2021.11.08 |
영화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10) | 2021.11.07 |
영화 "Nomadland": 낯선 미국의 모습 (2) (8) | 2021.10.05 |
영화 "Wind River": 낯선 미국의 모습 (1) (8) | 2021.10.02 |
K 드라마 성공의 비결... 비빔밥 시놉시스? (6) | 2021.07.11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영화 "일요일의 병 (La enfermedad del domingo)"
영화 "일요일의 병 (La enfermedad del domingo)"
2021.12.20 -
영화 "언포기버블 (The Unforgivable)"
영화 "언포기버블 (The Unforgivable)"
2021.12.15 -
영화 "The Case for Christ" (그리스도측의 변론)
영화 "The Case for Christ" (그리스도측의 변론)
2021.11.08 -
영화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영화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20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