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Wind River": 낯선 미국의 모습 (1)
2016년 작 영화 "윈드 리버 (Wind River)"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와이오밍주 윈드리버 인디언 보호구역(Wind River Indian Reservation)에서 왔습니다.
영화 내용은 겨울 설원에서 발견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범죄물인데,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정말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미국 원주민 (Native American)들의 참담한 삶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인 2020년 5월 발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다시 한번 표면 위로 떠오른 미국내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이 안고 있는 원죄적 문제중 하나인 것을 전세계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흑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인종 문제는 정작 거의 신문 사회면에 오르지도 못하게 있는데 그것이 미국 원주민 문제입니다.
미국 총 인구 3억 3340만명 중 1.5%인 약 500만명이 미국 원주민 (혼혈 포함)인데, 단일 민족으로 볼 수는 없고 567개에 달하는 부족을 총칭하는 것이다 보니 미국 인디언 (원주민) 보호구역들은 아래 지도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것처럼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고 약 100만명이 이 구역에 살고 있습니다. 총 면적으로만 본다면 웬만한 작은 주 하나만 합니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애리조나 주 (Arizona)에 있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Navajo Indian Reservation)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나바호 보호구역이 황량한 애리조나에 위치하다 보니 흔히들 인디언 보호구역을 말하면 물 없고 황량한 붉은색 황야를 떠올리곤 합니다만,
모든 인디언 보호구역이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니고,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윈드 리버 카운티 (Wind River County)처럼 물 많고 삼림이 우거진 곳도 많이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 경관이 좋은 보호구역의 사정도 더 나은 것은 아니며, 인디언 보호구역들의 중간 연소득은 $19,000~$39,000 에 전체의 50% 이상이 빈곤층이고 실업률이 80%에 달합니다. 가장 큰 나바호 보호구역 주택의 32%가 전기 공급되지 않고, 38%가 수돗물이 없으며, 60%가 전화 없이 생활합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가 알콜및 마약 중독이며 범죄율, 자살율등이 현저히 높습니다.
미국 사진가들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앤털로프 캐년 (Antelope Canyon) 이 나바호 보호구역 북서쪽 끝에 있습니다. 2년 전 사진 여행때 방문해보니 식당이나 호텔의 종업원 대부분이 미국 원주민 같아 보이는데 밝은 얼굴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두들 찌들린 모습으로 사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무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영화는 인적하나 없는 텅 빈 설원에서 한 십대 인디언 소녀가 맨발로 무언가로부터 도망쳐 달리다가, 결국에는 찬 바람에 얼어버린 허파가 파열하면서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이 지역에서 살며, 죽은 소녀를 이전 부터 가깝게 알고 지내던 백인 코리 (제레미 레너). 그는 방목하는 양과 말들을 야생 동물들로 부터 보호하는 야생 동물국 직원으로 인디언 여자와 결혼한 적이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파견된 FBI 요원 제인 (엘리자벳 올슨).
수사 과정에서 접하는 상황들은 인디언 보호구역의 문제점들을 간접적으로, 그러나 조목 조목, 열거합니다. 미국 내에 있고 미국 연방법과 규제에 묶여 있지만 미국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자치 제도를 유지해나가는 댓가로 전기/식수등의 기본적인 것부터 투표권에 이르기까지 미국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에서 철저히 배제된 삶을 살고 있는, 미국에서 살아왔지만 미국인이 아닌, 미국 인디언 (원주민)의 현주소, 그 것이 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 보호구역내의 공권력은 소위 부족 경찰 (tribal police)이 유일합니다. 이들에게는 살인 사건처럼 큰 범죄를 다룰수 있는 권한이 없어 연방경찰 (FBI,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에 의뢰해야 하는데, 파견된 여주인공 제인은 무려 1150Km나 떨어진 라스베가스 (Las Vegas)에서 11시간을 운전하여 왔습니다.
- 죽은 소녀의 가족들은 모두 삶의 의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아무도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 마을...
- 이 보호구역에는 유전이 있는데 연방정부로부터 허가를 취득한 에너지 회사들이 파견한 근로자 몇명이 울타리를 치고 일하고 있습니다. 보호구역의 지하자원은 엄청난 규모로 미국 전체 석탄 매장량의 약 30%, 우라늄 매장량의 50%, 석유와 가스 매장량의 20%에 달해 총 평가액이 무려 1조 5천억 달러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 개발은 철저히 연방정부가 통제하면서 개발 이익의 일부만을 보호구역에 로열티 형식으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인디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 죽은 10대 소녀는 유전에서 일하는 40대 백인 근로자와 사귀면서 그가 말해주는 뉴욕, 시카고, LA등의 대도시를 동경하며 언젠가 그를 따라 이 지긋지긋한 보호구역을 떠나볼 것을 꿈꿉니다.
- 영화는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끝을 맺습니다. "It's based on thousands of actual stories just like it. While missing person statistics are compiled for every other demographic, none exist for Native American women." (이 영화는 이와 같은 수천개의 실화에 근거합니다. 모든 인구별로 실종자 통계가 집계되지만, 미국 원주민 여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집계된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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