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홀랜드 오퍼스 (Mr. Holland's Opus)
요즘 한국 방송이나 신문 상에서 쉴새 없이 나오는 단어 중 가장 맘에 들지 않는 단어가 "대박! 대애~~~박!" 입니다. 정확한 어원은 모르겠는데, 아마도 "쪽박"의 반대말로 생긴게 아닌가 싶어요.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은 무가치하게 여겨지고, 사업을 하던 식당을 하던 주식을 하던 일확천금을 버는 것만이 최고의 성공이라고 느끼는 시대상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 합니다.
1995년 개봉이니 꽤 오래된 작품인데, 한 음악교사의 일생을 잔잔하게 다룬 영화 한편을 소개합니다 (줄거리 스포)
30세가 된 주인공 글렌 홀랜드는 10년간의 떠돌이 연주생활 끝에 재정적인 이유로 1964년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부임합니다. 작곡을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생활을 기대한 것인데, 현실의 교사 생활은 몹시도 빡빡하기만 하고, 학생들은 음악 자체에 관심이 없으며 학교 오케스트라는 잡음 수준의 연주를 합니다. 스스로는 인생을 열심히 산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가끔 본인 생각과는 전혀 다른 충격적인 평을 주위 사람들에게 받곤 합니다. 그리고 그 평들이 그의 인생에 전환점들을 가져 주곤 합니다.
맞벌이로 딱 4년만 참고 일하기로 하고 작품 (opus) 을 작곡하며 매일 밤을 지새우는데, 매일 땡 퇴근하는 글렌을 붙잡고 교장이 충격적인 말을 합니다.
“I don’t know what you are doing with the knowledge, Mr. Holland, but as a compass, you are STUCK!” (당신이 지식적인 면에서 뭘 하는지 난 모릅니다, 미스터 홀랜드, 하지만 나침반으로서의 당신은 들러 붙었어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때려치려고 하는 찰나에 부인 아이리스가 임신했다고 말을 합니다. 갑자기 늘어난 현실의 중압감으로 그는 함께 기뻐하지 못하고 당황하고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무관심한 학생들은 변함이 없는데 더 이상 실망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눈높이 강의법으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형편없는 연주를 하는 아이에게 즐겁게 연주하는 법을 소개해주면서 무사히 한해를 넘깁니다.
베트남 전쟁이 발발합니다. 글렌은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큰 집으로 이사해서 아이가 태어나면 함께 음악을 즐기고 싶어 클래식으로 태교에 열중합니다. 기다리던 아들 콜이 드디어 태어났고, 글렌은 아들과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곤 합니다.
교장의 지시로 고적대 (marching band)를 시작하게 되는데, 미식축구팀 코치가 음악에 문외한인 낙제생 레슬링 선수 러스를 구제해야 하니 밴드에 집어 넣고 가르쳐 달라고 조릅니다.
“You are telling me that you cannot teach a willing kid.” (자네는 하려고 하는 아이를 가르칠 수 없다고 하는거야)
“I tried, I tried and I can’t” (해봤어, 해봤다고 그런데 안 돼)
“Then you are a lousy teacher.” (그럼 자네가 엉터리 교사인거지)
코치의 말에 자극이 되어 러스를 드러머로 만드는데에 결국 성공을 하고 고적대는 첫 공연을 마칩니다. 그런데, 이 날 아들 콜이 90% 청각장애인 것을 알게 되지요. 말년에 청각을 잃은 베토벤을 가르치는 그의 마음은 찢어졌습니다.
계속 되는 베트남 전쟁, 흑인 인권 운동, 아폴로 달착륙, 히피운동등 역사적인 사건이 바깥에서는 벌어지는데, 청각장애로 자라는 콜을 지켜보는 글렌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져만 갑니다.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음악을 아들 콜과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에 찾아온 아들 콜이 아버지의 멋진 지휘를 따라 눈을 감고 손을 내 젓는데, 귀가 들리지 않으니 연주가 끝난 줄도 모르고 계속 지휘를 합니다. 그 모습을 본 글렌의 마음은 또 다시 찢어졌습니다.
콜을 특수교육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을 했는데 부모도 함께 공부를 해야 합니다. 무려 3달간 매일 3시간씩이나. 그렇지 않아도 지친 그에게는 참기 힘든 짐입니다. 드러머로 가르쳤던 착한 레슬러 러스가 전쟁에서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습니다. 그 해 교장 선생이 은퇴한다고 말하며 선물을 줍니다. 전에 말했던 나침반을…
학교 뮤지컬 거쉰 (Gershwin) 준비로 분주한 글렌에게 당신은 왜 아들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지 않느냐고 불평을 시작하고, 둘은 언쟁을 벌이게 됩니다.
“You know it’s really amazing. No matter what I do, no matter how hard I try, sooner or later, anything I tried turns to be wrong.” (정말로 놀라워. 내가 뭘 하든 상관 없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시도하든 상관 없이, 내가 시도한 건 전부 틀린게 되어버리거든)
“Why every other child is more important than your child?” (왜 다른 모든 아이들이 당신 아이보다 더 중요해?)
“I am a teacher, Iris.” (난 선생이야, 아이리스)
“You are his father.” (당신은 콜의 아버지야)
“I am both.” (난 둘 다야)
(중략)
“You have to make priorities.” (당신은 우선순위를 정해야 해)
“I am!! He is my son and I love him. I do my best god damn I can, OK?” (그러고 있어! 콜은 내 아들이고 난 그 애를 사랑해. 나는 내 빌어먹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알았어?)
“Oh, you know what? Your best isn’t good enough.” (오, 당신 그거 알아? 당신의 최선은 충분치가 않아)
같은 시기에 뮤지컬 오디션에서 노래에 재능있는 여학생 로위나를 알게 됩니다. 미모까지 겸비한 로위나는 졸업 후 식당을 하는 가업을 이어 받아야 하는데,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꿈을 따라 하고 싶은 노래를 계속 해보라고 격려하는 글렌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를 느낍니다. 가정에서는 사춘기가 된 아들 콜과의 힘든 시간에 비례해 아내와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데, 학교에서 로위나와의 노래 연습 시간은 즐겁기만 합니다. 그녀를 테마로 한 곡을 썼는데 아내가 묻자, 노르웨이 신화의 인물이라고 둘러댑니다. 하지만 이 거짓말은 며칠후 뮤지컬 공연을 보러온 아내가 군계일학 로위나의 이름을 팜플렛에서 발견하면서 들통이 납니다.
첫날 공연 후 로위나가 찾아와 자신은 꿈을 따라 이튿날 자정 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떠날건데 자기와 함께 가자고 합니다. 그날 밤 글렌은 사진 앨범을 넘기면서 결코 행복하지 않은 현실과 꿈 같이 다가온 미래의 기대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마지막 공연을 하면서 로위나는 노래하는 내내 글렌에게 뜨거운 연모의 시선을 보내고, 그 둘을 지켜보는 아내 아이리스의 마음은 점점 착잡해져 갑니다. 공연이 끝나고 로위나가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으로 간 글렌은 로위나에게 작별을 고하고 가족들이 잠든 현실의 집으로 돌아 갑니다.
자신이 너무도 좋아하던 가수 존 레논의 사망 소식을 접한 글렌은 비통에 빠집니다. 집에 돌아온 글렌에게 아들 콜이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는데, 서툰 수화로 설명을 하다가 청각장애가 있는 아들이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까 싶어 포기하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러자 콜이 따라와서 분통을 터뜨립니다.
“Why do you assume that John Lennon’s death would mean nothing to me? Do you think I am stupid? I know John Lennon.” (왜 아빠는 존 레논의 죽음이 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단정해 버려? 내가 멍청한줄 알아? 나 존 레논 알아)
“I never said, Iris.” (나 그렇게 말한적 없어, 아이리스)
“I can’t read your lips if you don’t look at me.” (날 쳐다보지 않으면 내가 아빠의 입술을 읽을 수 없어)
“I never said that you were stupid.” (네가 멍청하다고 말한 적 없어)
“You must think so if you think I don’t know who Beatles are or any music at all.” (비틀즈가 누구인지, 음악이 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야)
“You think I don’t care about what it is you do or what you love? You are my father. I know what music is. You could help me know it better but... no. You care more about your teaching other people than you do about me!” “Asshole!” (아빠가 뭘 하는지 아빠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당신은 내 아빠야. 음악이 뭔지 나도 알아. 내가 더 잘 알 수 있게 아빠가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아냐. 아빠는 나보다 다른 아이들 가르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머저리!)
충격을 받은 글렌은 그 후로 아들 콜을 열심히 지켜보기 시작했고, 등한시 했던 수화를 다시 배우면서 청각 장애자들에게 음악을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청각 장애자들을 초청해서 조명에 음악 리듬을 실어 연주회를 개최하고, 마지막 곡 존 레논의 “Beautiful Boy”을 아들 콜에게 서투른 수화와 더불어 불러 줍니다.
그날 글렌의 진심은 아들 콜과 아내 아이리스에게 깊이 전달되었습니다. 그날 밤 콜은 비틀즈의 음반을 큰 소리로 틀어놓고 행복한 얼굴로 스피커 위에 앉아 아빠가 좋아하는 비틀즈의 음악을 엉덩이로 느껴봅니다.
재직 31년 째인 1995년, 학교는 재정문제로 음악을 비롯한 예능 과목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학교를 떠나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보낸 반평생의 결과는 아무것도 없다고 허탈한 마음으로 짐을 챙겨 텅 빈 교무실을 나서던 글렌은 강당에서 나는 소리에 호기심을 가지고 갔다가 강당을 가득 메운 졸업생들의 환호에 놀랍니다. 플룻 때문에 좌절하던 빨강머리 꺽다리 여학생 거투드는 주지사가 되었고 그에게 헌사를 올립니다.
Mr. Holland isn't rich and he isn't famous, at least not outside of our little town. So it might be easy for him to think himself a failure. And he would be wrong because I think he's achieved a success far beyond riches and things." (미스터 홀랜드는 부자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습니다, 최소한 우리 작은 동네 밖에서는요. 그래서 그가 스스로를 실패자라고 생각하기 쉬울거에요. 그가 틀렸어요. 왜냐하면 그는 부자가 되는 것 같은 것보다 훨씬 큰 성공을 만들었거든요)
"Look around you. There is not a life in this room that you have not touched. And each one of us is a better person because of you." (당신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 강당에 당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어요)
"We are your symphony Mr. Holland. We are the melodies and the notes of your opus and we are the music of your life." (우리가 당신의 교향악단이에요. 우리가 멜로디고 당신 작품의 음표고, 당신 삶의 음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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