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Very Long Engagement
A Very Long Engagement
프랑스 영화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맘에 드는 작품을 하나 찾았네요. 2004년 작 "Un long dimanche de fiançailles" (A Very Long Engagement, 아주 긴 약혼). 한국에서도 인게이지먼트라는 제목으로 상영된 듯합니다.
헐리우드 영화같은 화끈하게 맵고 달고 시고 짠 맛은 당연히 없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도 하나 없이, 2시간 넘는 긴 시간 동안을 끌고 가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주인공의 마음에 동화되어 한발짝씩 뒤를 따라가게 하는군요.
간단한 줄거리를 적어보면.... 제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17년 1월 겨울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독일과 대치하고 있는 프랑스 부대 최전방의 참호로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5명의 병사가 인계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공통된 죄목은 '자해' (self-injury) 실수로 다친건데 억울하게 유죄 받은 사람도 있었고 전쟁이 지긋지긋하고 두려워서 제대하고 싶어 실제로 자해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상급부대는 그 5명을 최전선의 한복판으로 무기 없이 내 몰으라고 명령하고 결국 그들은 모두 전사하게 됩니다.
여주인공 마틸드의 소꼽친구이자 약혼자인 마넥이 그 중 한명이었고 마틀드에게도 전사 통지서가 갑니다. 약혼자의 죽음을 실감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하겠는 마틸드는 마넥의 생사여부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길고 힘든 여정을 시작합니다. 탐정도 고용하고, 마넥과 마지막 며칠을 함께했던 관련자들을 직접 만나 증언과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하지만 계속 절망적인 소식을 듣게 되지만 포기하지 않는 마틸드....
영화 중반부에서는 두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약혼하게 되기까지의 추억을 snap shot식으로 보여줍니다. 소아마비로 늘 외톨이었던 마틸드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마넥... 걸을 수 없는 마틸드를 어릴 때부터 등에 업고 높은 탑의 계단, 등대의 사다리등을 마다하지 않고 오르내리던 마넥과 쌓인 우정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였지요.... 약혼한 후로는 절벽 위, 교회 종등 가는 곳 마다 "MMM" (마넥은 마틸드와 결혼한다)고 새겨놓던 마넥... 마넥의 최후를 목격한 사람은 그가 비행기의 사격을 받고 죽기 직전까지 전장에 남아있는 앙상한 나무에 "MMM"을 적어 넣고 있더라고 증언하고...
영화의 구성과 줄거리도 좋지만, 살벌한 전쟁터, 파리의 시가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화 한폭처럼 아름다운 프랑스 해변 마을의 풍경들을 오가면서 펼쳐지는 장면들 하나 하나가 예술적인 사진의 구도와 앵글이 어떤 것인가를 마치 교과서처럼 보여줍니다. 영화의 몇 장면을 스크린 캡쳐해서 올립니다. 제 블로그 글 사상 가장 많은 사진수를 기록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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