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겨울 (번외) 175도 데노 탄탄멘 (175° DENO 担担麺)
11월 마지막 날이네요. 겨울이 가까와 오니, 4년 전을 끝으로 가보지 못한 홋카이도의 설경이 그리워집니다. 설경과 더불어 홋카이도의 맛있는 먹거리들도 많이 그리운데 그중에서도, 추워지는 날씨때문인지, 삿포로에서 먹었던 탄탄멘(担々麺)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일본의 면 종류 상당수가 그렇듯 탄탄멘도 원래는 중국 음식입니다. 산초와 고추기름을 섞어, 요즘 한국에서도 많이 유행하는 중국 쓰촨(四川) 특유의 마라(麻辣, 마랄, 얼얼하고 매운 맛) 향을 강하게 낸 단단몐(担担面, 담담면)이 원조지요. 제가 사는 북가주에 쓰촨 음식 전문점에서 단단몐을 먹어 봤는데 고추 기름양이 너무 많아 제 입맛에는 별로였습니다.
제가 다시 먹고 싶어하는 추억의 탄탄멘 식당은 삿포로역 부근에 있는 "175도 데노 탄탄멘"이란 곳입니다. 식당 이름이 좀 독특하지요? 얼얼한 맛을 온도로 표시한건가 생각도 했었는데 왜 하필이면 175도? 데노의 뜻은?? 식당 웹페이지에 있는 회사개요를 읽어보니, 창업자의 이름이 "데노" 미츠히로이고, 창업 자본금이 "175"만엔 이었네요. 😄
메뉴는 보통 탄탄멘 보통 그리고 (최근에 추가된 듯 한) 검은참깨 탄탄멘에 각각 국물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총 4가지로 탄탄멘 외에는 하지 않는 전문점입니다. 처음 가본 것은 저를 제외한 가족들이 2016년 여름이었고 저는 2017년 겨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삿포로에 2개만의 점포가 있었는데, 찾아보니 4년 반 동안 점포를 급격히 늘려서 홋카이도 삿포로(札幌市)에 5개, 홋카이도 에베쓰(江別市)에 1개, 도쿄 긴자(銀座)/신주쿠(新宿区)/혼고(本郷)에 각 1개씩, 후쿠시마(福島)/센다이(仙台市)에 각 1개씩 총 11개의 점포가 생겼습니다.
제가 가본 점포는 삿포로역에서 삿포로 대학 쪽인 북쪽 출구 앞에 있는 "삿포로 기타구치점 (札幌北口店)" 이었습니다. 본점이지요.
주문은 전형적인 일본 라멘집의 방식대로 자판기를 이용합니다.
공기밥 작은 것 (小ごはん, 코고항), 어린이 라멘 (お子様 ラーメン, 오코사마 라멘), 2비 탄탄멘 국물 없음 (2痺担担麺 汁無), 2비 탄탄멘 국물 있음 (2痺担担麺 汁有). 매운맛 등급이 아니라 얼얼한맛 등급 (최대 5)이라 신경이 마비(痲痺)된다할 때 쓰는 비(痺)라는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 재미 있고요, 일본에서는 탄탄멘을 担々麺 으로 표기 하는 반면, 여기는 중국식으로 担担面 으로 표기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모던 & 미니멀리즘 (modern & minimalism) 의 분위기입니다. 함께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몇 개 있고, 길다란 바가 있어 혼밥족들도 편하게 와서 먹을 수 있습니다. 위치가 대학 앞이라 이렇게 만든 듯 합니다.
테이블에 얼얼한 맛을 내는 핵심 식재료인 산자오(山椒, 산초) 혹은 화자오(花椒, 화초)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주인이 창업 전에 쓰촨성 쳉두 (成都, 성도)에 방문도 하고, 일본의 많은 탄탄멘 전문점에서 일을 하면서 만든 레시피를 개발했는데 산초는 특별히 핵심재료라서 주인이 쓰촨성에 직접 가 농부들에게서 구매를 해온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후로는 그렇게 못했겠지요?)
이건 국물 없는 탄탄멘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흔히 마제 탄탄멘 (まぜ担々麺) 이라고 부릅니다. 마제 (まぜ)는 직역하면 섞는다는 뜻이니까 한국으로 치면 비빔국수 정도 되겠네요. 국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비비기 좋을 정도로 약간의 국물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국물 없는 탄탄멘이 있는 것보다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저희 가족에게도 국물 없는 것이 더 맛있었어요.
닭육수로 만든 국물 베이스가 일단 아주 좋습니다. 고추기름의 양 조절도 절묘한 것 같고, 보통 땅콩을 많이 쓰는데 더 부드럽고 살짝 단 맛이 도는 캐슈넛 (cashew nut) 을 쓴것도 좋은 선택인 듯 합니다. 여하튼, 아주 중독성 높은 맛이에요 😋
이건 국물 있는 탄탄멘. 비교를 하자면 국물 없는 것이 더 좋은데 있는 것도 아주 맛있습니다. 추운 날에 뜨거운 국물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제격이지요.
보통 마제멘에 수란(水卵)은 기본인데 여긴 추가로 돈을 내야 합니다.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 있습니다.
비빈 후의 마제 탄탄멘 (まぜ担々麺). 꼴~~~깍! 에고 먹고 싶어라... 😅
계란 섞어 비비면 이렇게... 더 맛있어 보이죠?
이건 국물 있는 탄탄멘.
제가 사는 북가주에도 최근에 탄탄멘을 파는 라멘집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는 있는데 아직 맘에 꼭 드는 곳은 못 찾았어요 😔 생각보다 탄탄멘을 맛있게 만드는게 쉽지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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