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겨울 (5) 한잔의 커피
홋카이도의 겨울 (5) 한잔의 커피
앞 posting에서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에서는 bar만의 특권(?)이 있는데, classic하게 coffee를 천천히 내리는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Bar에 앉아 coffee를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조그만 coffee bean spoon에 커피 원두를 담아 coffee bean grinder와 함께 내어 줍니다.
커피 원두를 그라인더에 부어 넣고
천천히 그라인더를 직접 돌려가며 갈아
다 갈아진 것을 바리스타에게 돌려주면 갈은 원두의 냄새를 맡아보라고 그릇에 담아 줍니다.
그리고는 바리스타가 정성스럽게 핸드 드립으로 한잔씩 커피를 내려
찻잔에 부어 서빙합니다. 여름에 사람이 많이 몹시 붐빌때도 마찬가지로 한잔 한잔 추출을 해줍니다.
아이스커피도 주문할 수 있는데, 이건 미리 추출해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혀둔 것을 줍니다. 진한 에스프레소가 아니니 이렇게 하는 편이 커피맛이 얼음에 너무 희석되지 않아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늦은 밤에 이 글 쓰다보니 갑자기 커피 한잔이 그립네요. (자야하는데 ㅎㅎ)
이곳, 모리노도케이에서 파는 것은 부드러운 맛의 블렌드 커피 한가지.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부드럽고 진한 향기가 참 좋습니다만, 사실 요즘 좋은 커피 파는 곳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요.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워 커피의 "맛"으로 승부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문화"를 트렌디하게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명세를 타는 커피숍은 길게 줄도 서야 하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커피 내리는 과정을 여유롭게 지켜본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입니다. 조용함이나 여유로움과도 거리가 멉니다. Afternoon tea time이 주는 어감과 현실간의 괴리가 보통 크지요. 모리노도케이에 남 다른 부분이 있다면, 결국 커피 한잔을 내리는 "과정의 감성과 분위기"라고 하겠습니다. 홋카이도의 시골 농촌 후라노. 그 농촌에서도 차로 그 앞까지 갈 수 없어 비록 먼거리는 아니지만 반드시 오솔길을 걸어들어가야 하는 위치가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듯 합니다.
"내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커피 맛 그것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80년대 초 대학 1학년때 이대 앞 "미네르바"라는 곳에서 siphone방식으로 만든 원두커피를 처음 마셔봤는데, 그 때 생각이 나는군요. 알콜램프에 얹은 사이폰을 가져와 테이블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줍니다. 가게를 오픈한지 벌써 40년쯤 되는 곳인데 아직도 siphone coffee를 판다고 하는군요. 언제 한국에 가면 한번 다시 들러보고 싶어 지네요.
"찻잔"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노래: 노고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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