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가을 (번외) 식당 소바도라쿠 (そば道楽)
홋카이도의 가을 (번외) 식당 소바도라쿠 (そば道楽)
2015년 초가을에 훌쩍 3박 4일간 홀로 다녀온 홋카이도. 동행이 없으니 눈치(?) 볼 일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운전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사실 먹는 것은 대충 먹고 다녔습니다. 아침은 저가 숙소에서 대충 먹거나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사먹고, 하루 한끼 씩만 식당에서 먹다보니 홋카이도의 큰 매력중 하나인 먹거리는 거의 포기한 여행이었지요.
첫날 저녁을 먹은 '오무카레' 전문점인 唯我独尊(유이가도쿠손)은 비에이에서 나름 이름난 곳인데 무난한 정도였고요, 여행 후에도 계속 생각하는 식당이 하나 있어 소개를 합니다.
둘째날 쿳샤로 호수(屈斜路湖, くっしゃろ, 쿳샤로코) 구경을 마치고 마슈 호수(摩周湖, 마슈코) 쪽으로 이동하면서 카와유 온천(川湯温泉, かわゆおんせん, 카와유온센) 을 지나는데, 점심때가 되어서 뭔가 간단히 먹을 생각으로 소바(そば, 메밀국수) 집을 찾아 갔습니다. 카와유 온천 외각에 위치한 소바도라쿠(そば道楽, ☏ 015-483-2929)라는 곳입니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근처에 도착했는데, 식당 같아 보이는 것은 없고 밭들만 있어서 한참을 두리번 거렸더니 밭 한구석에 생뚱 맞게 자리한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서 봤는데 다행히 입구에 걸어놓은 파란색 노렌(のれん)이 눈에 들어와서 식당인 것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네요.
외각에 뚝 떨어져 있는 이 식당을 찾아온 이유는 거의 80세가 넘으신 소바(そば) 명인께서 운영하시는 곳이라는 글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어서 입니다. 식당 안에 들어가니 마침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서 붙여놓은게 있네요. 주인장의 이름은 藤本義明 (후지모토 요시아키) 씨. 40여년간 소바를 만든 분인데, 2005년에 이곳에 개업하고 5년이 지났을 때 실린 기사니까, 제가 방문했던 2015년때는 연세가 82세가 되셨을 때 입니다. 직접 메밀 농사를 지어 8월말이면 수확을 하고 냉장보관해 두었다가 쓸때마다 가루를 내서 쓰신다고 합니다.
가게 건물 밖에는 운치있는 물레방아가 개울물을 타고 돌고 있고
[사진 출처 : Hokkaido-Labo]
실내에 들어가면 그 물레방아와 연결된 곡물 분쇄기가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okkaido-Labo]
메뉴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もりそば(모리소바, 냉메밀)
かけそば (가케소바, 가츠오부시 국물을 부은 메밀국수)
ざるそば(자루소바, 대나무채반에 올린 냉메밀)
かしわそば (가시와소바, 닭고기가 들어간 국물 메밀국수)
いなかそば(이나카소바, 시골 메밀이라는 뜻인데 껍질 채 갈아낸 메밀가루가 30% 정도 포함되어 향과 식감이 도드라진다고 합니다)
いなきび 御飯(이나키비 고항, 밥)
날씨도 따뜻했고, 저는 본래 뜨거운 음식보다는 차가운 음식을 더 좋아해서 가장 대중적인 ざるそば(자루소바)를 주문했습니다. 국수 한 소반에, ツユ(쯔유), 대파 썰은것, 절인 채소에 과일 한조각. 지극히 심플한 차림입니다.
알덴테 (Al dente) 로 삶아진 파스타 면처럼 입 안에서 탱글하고 목구멍을 까끌하게 넘어가는 면발을 느끼면서, 왜 일본인들이 면발에 그리 집착하는지를 실감해 봅니다. 수확한지 1달 남짓한 메밀의 구수한 향이 끝내줍니다.
메밀국수에 계절음식 하나가 곁들여 나오게 되는데 9월의 어느날에 함께 나온 잘 익은 멜론 한조각. 젠장.... 홋카이도의 멜론은 대체 왜 이렇게 맛있어야 하는거냐고요~~~~ (버럭!). 언제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자유함을 얻어 이 자루소바 한그릇에 멜론 한조각을 먹을 날이 다시 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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