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가을 (1) 후라노 & 비에이
홋카이도의 가을
(1) 후라노 & 비에이
회사 일 바쁠 때를 피해 일정을 잡다보니 올해는 추석때 한국을 가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을 동반하지 않은 호젓한 나홀로 방문에 평소보다 며칠 더 길게 잡은 방문이라 그런지 절로 딴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9월 말... 한국에서 여행해 본 지도 꽤 되는데 혼자 며칠 사진 찍으러 돌아다녀봐? 아~~ 단풍들 때 가게 되면 금상첨화일텐데 좀 이르군... 강원도 조차도 아직은 좀 이르고.... 서울보다 북쪽에 있는 곳은 단풍이 좀 일찍 들텐데.... 그럼 어디? 홋카이도는 혹시 단풍이 들기 시작할까?'
뭐 이런 생각에, 호기심에 가는 비행기 편을 검색하다, 추석 직전에 진에어가 내어 놓은 ₩208,200이라는 착한 가격을 발견했지요.
급기야 '가자! 홋카이도로!'를 결심하고 9월 22일~25일 (3박 4일) 사진 출사 여행을 떠났습니다. 가족들이 없으니, 온천이고 음식이고 다 닥치고 오로지 경치구경과 사진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일본은 워낙 고속도로 요금이 비싸고 차선이 반대라, 기차를 주로 이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일정도 짧고 기차로 이동하기에는 어려움도 많아 렌탈카(rental car, rent-a-car)를 이용했습니다. ToCoo라는 중개 업체를 통해 Times Rental Car에서 할인 받은 가격이 작은차 기준 ¥14,000 (네비게이션 기본, 보험포함). 여기에 ToCoo에서 road service등을 제공하는 필수 서비스 (¥810/일)와 ETC (Electronic Toll Collection) card 대여료 (¥324/일)가 추가 됩니다.
렌탈카에 ETC 단말기는 기본적으로 있지만 credit card처럼 생긴 ETC card는 개인 것을 사용해야 하고, 여행객의 경우는 렌탈카 빌리는 곳에서 대여해야 하는데, 없을 수도 있습니다. 현금도 사용이 가능하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ETC를 사용하면 약 30%정도 할인을 받게 됩니다. ToCoo의 경우, 공항내의 우체국에서 수령하게 합니다. 몰랐는데, 홋카이도에는 "Hokkaido Expressway Pass"라는 무제한 toll ETC card가 있더군요. 이미 ToCoo에서 ETC card를 수령했고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몰라 선택하지 않았는데, 장거리 여행을 한다면 사용을 고려해 볼 만 합니다. 참고로, 제 경우 4일이면 Hokkaido Expressway Pass의 경우 ¥6,200인데, 일반 ETC card로 사용하여 card 대여비 ¥1,296 + toll 비 ¥8,450가 들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8시 20분에 출발, 오전 11시 도착입니다. 짐 찾은 후, 공항에서 ETC card 먼저 수령하고, 공항 밖으로 이동해 차를 빌리고, 일본 현지 SIM card를 사고, Seven Eleven에서 약간의 현금과 물을 구하고 나니 벌써 1시 반이나 되었습니다. 홋카이도는 한국보다 동쪽에 있어 해가 일찍 뜨고 일찍 져서 마음이 급해집니다.
통상 겨울이면 비에이(美瑛, びえい), 여름이면 후라노(富良野, ふらの)로 많이들 가지요. 꽃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후라노의 후미타 농장 (フマーム富田) 인데, 9월 말은 라벤더 철이 아니라 과연 꽃밭이 어떨지 몰라, 대신 첫 행선지를 비에이에 있는 4계 색의 언덕 (四季彩の丘, しきさいの おか, 시키사이노 오카, Map Code 349 701 216*55)으로 잡고 출발.
사실 이 때가 Silver Week이라는 대형 연휴기간이라 붐빌 것을 우려했는데, 다행히 가는 길은 고속도로나 국도나 차들이 거의 없습니다. 동쪽으로 시무카푸라는 곳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해 약 1시간을 가고, 북쪽으로 국도를 따라 약 1시간을 가니 후라노 평원에 농작지들이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북쪽지역에는 해바라기들을 많이 심었더군요. 엄청난 면적이 노란색 해바라기로 뒤덮인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30여분 더 올라가니 "四季彩の丘"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언덕 위에 꽤 넓찍한 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후에 휴게소 건물을 통과하니, 전에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 꽃밭들이 구릉지대를 따라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이름대로 제 철에 맞는 꽃들을 가득 심어놓은 모습이 마에다 신조 (前田真三)의 사진집에 담긴 현란한 색채들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벌써 햇빛이 석양색깔을 띄기 시작하고 나무들이 긴 그림자를 꽃밭에 드리우기 시작해서, 안타깝게도 찍을 수 있는 꽃밭 영역들이 제한적입니다.
다음 행선지로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한 교수께서 전망이 훌륭하다고 추천한 Rustic 기히카(貴妃花)라는 목공예 카페를 잡았는데 막상 가보니 아직 깊은 가을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쩐지, 기대한 것에는 한참 못 미치는 풍경에 많이 실망을 했습니다. 내부는 꽤 분위기가 있을 것 같은데, 혼자 온 여행이고 시간도 그리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 그냥 통과 했네요.
점심식사를 거의 하지 못한데다 곧 어두워질 것 같아 숙소가 있는 후라노로 돌아가는 길에 예정에 없었던 작은 꽃밭 하나를 발견해 들러봅니다. 폭풍의 나무(嵐の木, 아라시노키)라는 곳인데 JAL에서 광고를 찍은 후로 5개의 나무(5本の木, 코혼노키)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곳입니다. 눈 없는 9월에 나무가 멋있을리는 만무하고 꽃밭만 몇장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꽃밭 위로 달이 보이더니만, 금새 해가 산자락에 걸려 노을이 집니다.
저녁은 후라노의 '오무카레' 전문점인 唯我独尊(유이가도쿠손 - 지가 무슨 석가모니라고 ㅎㅎ)이라는 곳에서 간단히 먹었습니다. 들어가는데 한 20여분 줄서 기다리고, 옆에 별관도 짓고 해서 나름 기대했는데, 뭐 대단한 맛은 아니네요. 오믈렛과 카레는 괜찮은데, 직접 만든다는 소세지는 다시 데우지를 않는지 차갑고, 육즙도 없는 그저 그런... ㅎㅎㅎ 기본으로 나온다는 후라노산 우유도 나오지 않고... 카레 모자라서 더 달라고 할 때는 '루~~ 루루루~~~~' 하라고 시키는데 식당 분위기가 영 무거워서 재미있지 않고 영 썰렁하게만.... 그래도 여기가 개중에 낫다고 하는 곳이고 맛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생각보다는 그저 그랬다, 뭐 그런....
식사 후 곧바로 民宿あきば(민슈쿠아키바)라는 민박집으로 가 씻자마자 곧바로 취침했습니다. 민박집은 후라노 시내에 있는데 시설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깔끔하고 친절하며, 작지만 온천물이 나오는 개인 욕탕도 있어서 가성비가 좋게 느껴졌습니다. 주인 아저씨께서 영어를 상당히 유창하게 하시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홋카이도에서 만난 일본인 중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셨습니다.
다음날, 미국에서 온 시차를 십분 활용하여 일찍 일어나 4시 반에 첫 행선지를 향해 출발합니다. 갈 길이 멀거든요. 후라노는 새벽 안개가 아주 짙게 껴서 가시거리가 고작 2~3m에 불과했습니다만, 차들이 다니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후라노 평원을 벗어나 비에이 시로카네(美瑛白金, びえい しろかね) 라는 산속마을에 위치한 青い池 (あおい いけ, 아오이이케, Map Code 349 568 888)라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데, 동쪽 산자락으로 터오는 동이 산 위에 심어진 북해도 특유의 방풍림 나무들과 어우러져 멋진 실루엣을 자아냅니다.
Map Code로 입력된 곳을 지나쳐 100여 m 더 가면 왼쪽으로 주차장이 나옵니다. 5시 10분인데 벌써 주차장에 몇 대의 차들이 있습니다. 일찍 온 사람들은 당연히 삼각대 들고 사진 찍으러 온 사람들이고, 제가 사진 찍고 떠난 6시쯤에 벌써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온 걸 보니 오전 10시만 되면 몹시 붐빈다는 말이 사실인 듯 합니다.
이름 그대로 cyan계통의 녹청색 독특한 물빛을 띄는 못(pond)입니다. 물이 무척 탁해서 얼핏보면 산업 공해로 오염된 물 같아 보일수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물이 맞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흰수염폭포 (しらひげの滝, 시라힝에노다키) 라는 곳이 있는데 그 물 색깔도 같습니다. 이 지역 온천수에 많은 알루미늄 성분이 미세한 입자를 만들어 그렇다고 합니다. 폭포 물에서 김이 나는 것을 보면 온천수 폭포인 것을 알수 있습니다. 재미 있는 것은 바로 위에 큰 호텔(
Taisetsuzan Shirogane Kanko Hotel
)이 있어서 폭포로 연결되는 강줄기가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지하로 흘러 절벽으로 쏟아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비에이 시로카네
에 부동의 호수(不動の滝,
Map Code 796 210 409) 라는 명소가 하나 더 있는데, 동쪽으로 갈 길이 멀어 패스했습니다.
美瑛白金 (びえい しろかね, 비에이시로카네) 에서 후라노로 내려가는 길에 동이 터옵니다. 현대적으로 아주 멋진 건물이 이면도로에 지어진게 눈에 띄어 보니 이곳 Information Center네요.
후라노는 아직도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았습니다. 안개 속에서 보이는 논에 누렇게 익은 벼가 가을의 시작을 알려줍니다.
일찍 일어나 나온 early bird들이네요. 벌레 많이 잡아 먹겠지요 ㅎㅎ 저도 배가 출출해 아침식사를 편의점에서 산 샌드위치로 간단히... 계란 샌드위치인데 빵 자체도 계란을 입혀 만든 프렌치토스트. 아~~~주 맛있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향해 남쪽으로 내려가는 산길에 펼쳐지는 숲이 너무 멋져 차를 잠시 세우고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100여 m 더 가니 富良野の樹海 (후라노의 나무바다)라는 간판이 있군요. 가히 바다라고 할 만큼 빽빽한 숲입니다.
다음 글은 阿寒(아칸) 국립공원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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