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가을 (3) 시레토코 국립공원
홋카이도의 가을 (3) 시레토코 국립공원
홋카이도에 오기 전에 세웠던 원래 계획은 쿠시로에서 서쪽으로 직선으로 달려 토카치 천년의 숲(十勝千年の森)을 천천히 산책하고, 토마무산(トマム山)에 있는 호시노 리조트를 들른 후, 마지막 숙소가 있는 삿포로에 여유있게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칸 국립공원을 보고서는 홋카이도 동쪽 끝에 있는 시레토코(知床, 아이누어로 "땅의 끝자락"이란 뜻)가 보고 싶어졌습니다만,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고, 운전시간도 4시간 이상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결정을 못 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결국 가기로 결심을 합니다.
어제 내려왔던 아칸 국립공원을 거침 없이 넘어서 동해안이 성큼 가까와졌습니다. 상당히 외지고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상상했는데, 이곳도 농경지와 방풍림이 끝 없는 펼쳐집니다. 멀리 시레토코의 산 봉우리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시레토코 반도에 들어서자, 길 가에 지나다니는 붉은 여우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시레토코 반도 북쪽 해안을 따라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항구가 하나 있는데 그 조금 못 미쳐 잠자는 거북인지, 두꺼비인지, 하여튼 아주 재미있게 생긴 바위산이 있네요. 지도에서 이름을 찾아보니 차시코츠자키(チャシコツ崎)라는 곳입니다. 동해바다 이상가는 깨끗한 바닷물이, '시레'토코라는 이름의 어감 못지 않게 눈을 시리게 합니다.
조금 더 가서 길이 골짜기를 따라 깊이 굽이치는 곳이 있는데 산과 골짜기가 아주 멋집니다. 골짜기 아래에 시레토코 이와오베츠 유스호스텔 (知床岩尾別ユースホステル)이 자리 잡고 있네요. 멋진 장소에 저렴한 숙소. 아주 매력적입니다.
이윽고 시레토고에서 가장 알려진 시레토코 5호 (知床五湖)에 도착했습니다. 주차비 ¥410. 이 곳을 지나서 더 안쪽으로는 도로도 비포장인 원시림입니다.
제1호만은 나무로 다리를 길게 만들어 놓고 무료로 입장을 하게 합니다만, 저는 5개를 다 돌기로 했습니다. 자판기에서 ¥250을 내고 입장권을 구입하면 교육 비디오를 먼저 시청하고 함께 출발합니다. 주 된 내용은 "곰 조심." 산책로에서만 일주일에 2~3번 정도 곰을 발견 한다고 하는데, 위험하니 되도록 만나지 않기를 바라라고 하네요. 곰이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시속 50Km = 100m 7.2초 @.@) 일본 사람들 몇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지 가방에 작은 종을 달고 왔더군요. 저는 그 뒤를 졸졸 따라 다녔지요 ㅎㅎ
반시계 방향, 역순으로 돌게 되어 있어 제 5호에 먼저 도착 했습니다. 초 가을인데 호수에 꽃잎 같은 것이 가득 떨어져 있어서 제일 작지만 색다른 멋이 납니다. 사실 크기로 본다면 5개의 호수라기 보다는 5개의 못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제 4호입니다. 미풍으로 일어난 잔물결이 반영을 흐뜨렀네요.
주위로 빽빽한 자작나무 숲이 돋 보였던 제 3호.
5개 중 가장 큰 제 2호입니다. 호숫가를 끼고 조금씩 다른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나무가 있는 곳, 수초가 자라는 곳, ...
계속 시야에 들어오는 호수 안에 있는 조그만 솔섬이 돋보입니다.
활화산 시레토코 이오잔(知床 硫黄山)이 구름 위로 우뚝 솟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시레토코 고코(知床 五湖)의 제 2호를 파노라마로 담은 사진입니다. 50mm 표준렌즈로 13장을 찍어 Photoshop으로 이어 붙인건데 원본을 큰 모니터에서 50% 정도의 scale로 놓고 scroll해가면서 보면 좀 풍경 보는 기분이 납니다. 원본 원하시는 분은 Flickr에서 download하세요. (크기가 168 Mega pixel에 156MB니, 일단 저장 먼저 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1호입니다.
이곳부터는 나무로 만든 목교 위로 올라갑니다. 곰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입구는 회전 철봉문이 설치 되어 있고, 옆으로는 고압전선을 깔아 놨네요.
호수 반대 편에는 오호츠크해가 펼쳐집니다. 사진 찍으면서 천천히 돌다보니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점심은 매점에서 아주 조그만 사슴고기 버거로 간단히 해결. 맛도 평범.
5호 구경을 마치고 원래는 서쪽으로 해안 따라 가다 있는 아바시리(網走,あばしり)에 들러볼까 했는데, 시레토코 내에 있는 폭포가 전에 읽은 바로는 관광안내소에서 버스를 타야만 한다고 했는데, 개인이 차로 가도 된다고 하길래, 한번 가 보기로 했습니다.
비포장 도로를 45분 가량 열심히 달려서 도착했는데, 정작 보고 싶었던 해안 쪽의 카무이와카 폭포(カムイワッカの滝)는 출입을 금한다고 쓰여 있고, 그 상류 쪽에 있는 카무이와카 온천 폭포(カムイワッカ湯の滝)는 온천물이 흘러 작은 폭포를 이룬다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그냥 북한산 계곡 같은 분위기 -.-;;; 가족들과 물놀이 온거면 즐겁게 놀겠는데 사진 찍으러 온거라 헛탕만 쳤네요 ㅎㅎ
돌아오는 길 비포장 도로에서 시레토코의 원시림과 오호츠크해를 한장 담아 봅니다.
아까운 시간이 1시간 반이나 날아가서, 아바시리는 어쩔 수 없이 통과하고 그냥 삿포로로 직행하기로 합니다. 고속도로 입구를 향해 국도를 한참 달립니다. 아바시리와 쿳샤로 호수 중간을 가르지르는 길목에 위치한 비호로(美幌町) 지역의 밭입니다. 마치 후라노 처럼 꽃으로 뒤 덮힌 밭, 채소로 뒤 덮힌 밭이 곳곳에 펼쳐지네요.
이것으로 홋카이도 사진 출사는 종료하고 그 뒤로는 고속도로를 내리 달려 삿포로의 capsule hotel에 가서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원래는 마지막 저녁 한끼는 제대로 잘 먹어보려고 했는데 3일 내내 운전하느라 너무 지쳐서 백화점 지하 스낵 코너에서 대충 먹고 곳바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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