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 스타일을 잘 해내는 배우들
한가지 스타일을 잘 해내는 배우들
나름 잘 나가는 배우들을 과대 평가 되었다고 깎아 내렸으니, 그럼 제 생각에 잘 하는 연기자가 누군지도 말하는 것이 순서겠지요?
- 이영애 : 사실 배우보다는 CF 모델이 전공분야라고 봐야겠지요. "산소 같은 여자"로 대표되는 이미지. 그 이미지는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사극을 포함한 어떤 종류를 맡아도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이 일관되게 드러나 버립니다. 그래도 배수지나 김희선과는 확연히 차별되게 나름 잘 어울리는 연기를 한다고 봅니다. 이영애를 빼고 다른 여배우를 대입하면 그 느낌이 안날것 같다는 면에서 연기자라고 인정하겠습니다. 😀 "친절한 금자씨" 같은 영화는 좋은 시도였던것 같습니다. 원래의 물이 여전히 덜 빠진 연기같은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 유해진 : 맛깔나는 조연을 많이 했지요. 받쳐주는 외모 없이 연기력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기자입니다. 구수하고 넉살 좋고 입담 좋은 역으로는 정말 더 잘 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요. 실제로는 독서, 음악감상, 사색을 즐기는 조용하고 생각 깊은 사람이라고 하니 연기력이 뛰어난 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같은 영화에서 그 만의 특유한 색채가 잘 드러납니다. 주연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둔 "럭키"도 좋았지요. 사실은 꽤 다양한 연기를 시도하고 나름 잘 소화하는데 외모가 한계선을 긋는 안타까운 경우라고 봅니다.
- 김의성 : 아마 현재 활동하는 한국 배우중 악역을 가장 잘 소화하는 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저와 고등학교 동기동창입니다. 저는 이과고 김의성은 문과라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당시에도 괴짜로 학교에 소문난 친구였지요. 집이 중국요리점을 했는데 학교에 배달철통 갖다 놓고, 밤에는 자주 디스코텍에 가서 놀고 낮에는 자고, 그래도 성적은 늘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서울대 경영학과에 무난히 입학한 천재입니다. 영화 "관상"에서 한명회 역을 맡으면서 자신의 색채를 확실히 했고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는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 성동일 : 유해진과 비슷하게 구수한 느낌입니다. 무뚝뚝한듯 하면서도 정이 많은 한국적 아빠의 역할을 많이 맡지요. 인천 토백이면서 거의 native speaker 수준으로 구사하는 전라도 사투리를 포함하여 연기한다는 느낌이 안들 정도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것이 최대 강점인듯 합니다. 2009년 방영한 드라마 "추노"에서 도망간 노비를 잡는 추노꾼 두목 천지호의 역으로 자신의 연기 실력을 아낌 없이 보여 주었습니다.
- 요즘 한국 영화의 흥행 보증수표격인 송강호, 황정민도 이런 계열의 배우로 봅니다. 무슨 배역을 맡아도 비슷한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풀어내지요. 개인적으로는 위에 열거한 배우들이 연기력은 한 수 더 위라고 생각합니다.
- 안소니 홉킨스 : 1991년 작 "양들의 침묵"으로 시작으로 2001년 "한니발", 2005년 "Proof", 2007년 "프랙쳐", 2013년 "레드 2" 등 다수의 추리 범죄 영화에서 빛을 발하지요. 천재적인 사이코패스 역할에는 따라갈 배우가 없는 듯 합니다. "토르" 시리즈 같은 SF 영화라던가, "피카소", "두 교황" 같은 실제 인물을 묘사하는 영화등 넓은 장르를 소화하고 있지만, 소름이 오싹 돋는 범죄자의 역을 맡았을 때 정도의 강렬함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 톰 크루즈 : "미션 임파서블"을 위시한 액션/스파이 영화에는 단연 최고지요. 아주 젊었던 시절을 제외하면 이 배우가 주연한 영화치고 허접한 영화는 없었고, 대부분의 영화가 손에 땀을 쥐게하는 흥미진진함이 있어 믿고 고를수 있습니다. 작품을 잘 고르는 능력이라고도 하는데, 스턴트 배우를 쓰지 않고 실제 몸을 던져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능한 박진감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서양 배우치고는 무척 단신인데도 잘 생긴 얼굴과 멋진 웃음 그리고 환갑 가까운 나이에도 탄탄하게 잘 유지하는 근육질 몸이 그 사실을 별로 의식하지 않게 하지요. 연기면에서는 그저 그랬지만 "락 오브 에이지"에서 노래 부른 것도 인상 깊었고, "어 퓨 굿맨"에서 변호사역도 괜찮았습니다.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 속사포처럼 빠른 대사로 핑핑 돌아가는 똘똘함을 표현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듯 합니다. 사실 상당히 다양한 역을 맡아 왔는데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연기로 표현하는 캐렉터가 잘 일치한 "아이언 맨" 시리즈, "셜록 홈즈", "더 저지" 등이 좋았습니다. 무표정한 것으로만 보면 캐빈 코스트너보다 더 한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경우는 그게 맡은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느낌이랄까요? (너무 편파적인가요?) "더 저지"에서는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일관된 무표정으로 표현하다가 한순간에 흘리는 한줄기 눈물는 그 감정을 충분히 전달합니다.
- 오드리 햅번 : 이 글에서 현재 활동하지 않는 배우를 포함시킨 것은 오드리 햅번이 유일하네요. 1993년에 타계했지요. 그녀의 대표작을 골라보면 1953년 "로마의 휴일", 1954년 "사브리나", 1961년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4년 "마이 페어 레이디" 정도 될것 같습니다. 신분이나 성격은 제각기인데도, 말괄량이건 공주건 그녀의 청순하고 청초한 분위기는 만화가 아닌 영화로는 표현할 대체 인물이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없는듯 합니다. 동시 녹음이 불가능해 더빙하던 시절이라 영화에서의 감정 이입은 현대 배우들보다 아쉬운 것은 있지만 워낙 unique한 배우인지라 포함시켰습니다. 죽기 4년전인 60세의 나이로 마지막으로 출연한 1989년 "영혼은 그대 곁에 (Always)"에서 천사역으로 출연한 그녀의 우아함은 여전했고 그 배역에 더 잘 어울릴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습니다. 연기에 앞서 이 여배우만이 가지는 aura라고 봐야겠지요. 개인적으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의 연기를 가장 좋아합니다. 명품 Givenchy와 상부상조하며 우아한 luxury의 이미지를 쌓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1959년 작 "파계"에서 콩고 선교지를 배경으로 그려낸 모습은 Unicef 대사로 아프리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그녀의 말년 모습과 잘 overlap됩니다. 여담인데 한국에 오드리 햅번의 매력에 빠진 덕후가 한 분 계시다고 하네요. "All about Audrey"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신다고...
- 로버트 레드포드 (Charles Robert Redford Jr.) 를 빼면 좀 섭섭할 듯 하네요. 정의롭고 깨끗하고 선한 신사역으로는 더 나은 배우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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