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겨울 (5) 비에이
홋카이도의 겨울 (5) 비에이
공항을 벗어나 비에이(美瑛) 서쪽으로 내려가는 "패치워크 로드"로 들어선다. 지도에 그려진 순서대로 세븐스타의 나무에서 tour 시작.
목적지가 가까왔다는 GPS의 안내를 듣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관광버스 3대...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이 골고루 섞여 있는 듯하다. 겨울의 비에이가 이미 나름 알려진 관광명소가 된것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세븐스타 나무 주위를 벗어나서 사방에 펼쳐진 설원(雪原)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이 장소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세븐스타 나무보다도 사방으로 탁트인 주변의 들이 매력적이다.
조그만 4거리 사방으로 아무도 발을 디디지 않은 순백의 눈 덮인 들판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기온은 영하 7°C. 구름이 좀 많이 끼긴 했지만 나름 쾌청한게 이 정도 날씨만 계속 된다면 사진 찍기에는 더 바랄 것이 없을 듯 하다.
새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캔버스 한폭...
사람들이 떠나곤 난 자리의 세븐스타 나무. 1976년 세븐스타 담배의 광고 배경으로 쓰인것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나무에 아직 달려있는 마른 이파리 모양으로 볼때 떡갈나무(oak)인듯한데 겨울에 보기에는 솔직히 유명세에 미치지 못하게 좀 보잘것 없어 보인다.
근처에 부모와 자식(親子, 오야코) 나무가 있는데 GPS 안내가 눈을 치워놓지 않은 막힌 길로 가라고 안내를 한다. 다른 길이 없나 검색을 해보다가 겨울철에는 진입할 수 없는 위치인 것 같아 포기하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한다.
"팬션 켄과 메리" 켄과 메리의 나무 앞에 자리 잡고 있는데 겨울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켄과 메리의 나무 역시 1974~1977년 동안 총 16편으로 방영된 Nissan Skyline의 "켄과 메리" 시리즈광고 방송중 1976년 9월 편에 몇초간 등장한 것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켄과 메리라는 연인이 자동차를 타고 여기저기 멋진 자연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결혼하는 그런 모티프의 광고인데, 주인공인 사람들이 켄과 메리 두사람이지, 나무는 한 그루이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던 사진가 마에다 신조(前田真三)가 홋카이도 비에이에 머물기로 결정한 것도 1971년이었던 것을 보면 1970년대를 기점으로 홋카이도와 비에이가 일본의 대중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듯 하다.
구름이 점점 짙어지더니 결국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제르부의언덕 (ぜるぶの丘). 여기도 여름에는 꽃이 만발한 언덕인데 겨울에는 폐쇄.
12시가 넘어 점심을 먹으러 비에이 시내로 들어갔다. 점수가 짜기로 유명한 일본현지 맛집 사이트 tabelog.com에서 비에이 전체 3위에 랭크된 카페 쥰페이(じゅんぺい). 1위와 2위가 코스요리만 하는 고급 레스토랑인 것을 고려하면 평범한 식당 중 실질적 1위 답게 줄이 꽤 많이 서있다. 눈에 파묻힌 폭스바겐은 장식용.
안에 들어가 물어보니 운 좋게도 1인용 카운터석은 마침 빈 자리가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주문을 할 수 있었다. Popular한 메뉴는 이유가 있는 법. 주문한지 3~4분만에 번개 같이 나온 새우튀김 4마리가 올라간 에비돈부리(海老丼) ¥1,310. 양배추 샐러드와 따뜻한 된장국 그리고 노란소스에 절인 가지 같은 것이 나왔다. 엄청 바삭하고 탱글한 것이 인기를 설명해 준다.
식사를 마치고 시가지를 운전해 지나는데, 여행자들로 보이는 커플들이 비에이 곳곳을 걸어다니고 있다. 바야흐로 유명 관광지가 되어가는건가.
다시 사진찍으러 들판에 나가기 전에 비에이에서 유명한 빵집을 확인하려고 찾아간다. 비에이 소맥공방 (美瑛小麦工房). GPS로 찾아갔는데 간판이 없어서 한참을 왔다 갔다 해야만 했다. 오후 1시 밖에 안되었는데도 오늘 빵은 거의 벌써 다 이미 팔렸다고 해서 다음날 아침 10시 가게 오픈 시에 다시 오기로 한다.
비에이에서 계절과 상관 없이 멋진 곳이 몇군데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마일드 세븐 언덕" (マイルドセブンの丘)이다. 이곳도 담배 광고로 이름이 붙여졌는데 엄청난 키의 낙엽송 방풍림이 언덕 위에 심겨진 모습은 보기만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장관이다. 이번 비에이 여행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곳. 스케일이 감동의 포인트라서 작은 사진으로는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포샵으로 다 지워서 사진에는 없지만,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저 세그루의 나무 안으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게 빨간 표시를 몇개 세워져 있다.
버스 타고온 단체 관광객들이 떠나기를 조금 기다리고 있는데, 웨딩 드레스를 입은 한 커플이 걸어와 소박한 카메라와 삼각대를 놓고 셀프 웨딩 야외 촬영을 시작한다. 바람은 다행히 불지 않았지만 눈도 제법 내리고 기온이 낮아 방한복 없이 서 있을만한 곳이 아닌데...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의 추억거리를 만들려고 두 사람이 교대로 카메라까지 왔다 갔다하며 포즈를 취하고 self timer 맞춰놓고는 달려가는 모습이 참 훈훈해서 옆에서 구경을 하다가, 조심스레 물어보고 대신 셔터를 몇번 눌러줬다.
생각지도 않은 모델들이 나타나니 욕심이 생겼다. 내 카메라로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쾌히 승락해서 크게 한장 담아봤다. "이 마음 잘 간직하고 부디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세요~~"
마일드 세븐 언덕 설원(雪原) 속의 결혼식...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자일 때나 가난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그리고, 아마도 비에이에서 가장 유명할 "크리스마스 트리"
일본은 GPS는 Map Code라는 것을 넣어 행선지 검색을 할 수 있다. 여행 계획을 짤때 map code search site에서 미리 찾아 놓으면 돌아다닐때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 세븐스타의 나무 Mapcode: 389 157 185*77
- 오야코 나무 Mapcode: 389 097 860*63
- 켄과 메리의 나무 Mapcode: 389 071 692*28
- 제루브의 언덕 Mapcode: 389 071 413*74
- 마일드세븐 언덕 Mapcode: 389 036 417*28
- 크리스마스 나무 Mapcode: 349 788 23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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