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 서평
호모 데우스 - 서평
사피엔스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에 이어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의 (The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역사학 교수 유발 하라리 (Yuval Noah Harari)가 쓴 책이다.
첫번째 책 사피엔스는 선사(先史時代, prehistory)시대에서 현대까지 벌어진 인류 역사에 대한 개론이었고, 이번 책 호모 데우스는 18~20세기에 벌어진 일들을 기초로 미래에 벌어질 일을 추정(extrapolate, project)한다. 평소 Sci-Fi 영화나 최근 기술동향에 관심이 많이 있었다면 예로 드는 것들이 그다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점이 있다면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해 인문학적 입장에서의 문제와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유, 인권, 평등, 민주주의의 붕괴에 대한 예견이다.
하라리는 그 근거로 현대인 대다수가 신봉하는 과학/진화론과 인본주의간의 상호모순적인 갈등을 지적하는데, 마치 토론 진행자인듯 무덤덤하게 돌직구로 핵심을 찌른다. 그래서 이 책은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듯하다.
근대 이전 문화는 우주적 규모의 장대한 계획 안에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인간의 존엄과 의미를 믿어왔다. 다윈의 진화론은 신의 존재와 개입이 허구이며 과학과 상반된다는 방향전환을 일으켰고, 이후로 인류는 과학의 진보와 경제 성장의 동맹을 통한 무한한 힘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신본주의를 대체한 인본주의가 전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자유, 인권, 평등, 민주는 현대 인류가 보편적으로 신성시하는 개념이다.
많은 현대인은 과학/진화론과 인본주의를 아무런 갈등 없이 동시에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은 두가지는 양립할 수 없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불멸의 영혼을 갖고 있고 따라서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는 인본주의의 근본 사상은 "모든 인간이 신 앞에 평등하다"는 유일신 사상의 그리스도교에 그 뿌리를 둔다. 신본주의를 버린 현대인의 자유, 인권, 평등, 민주는 그 근거를 이미 오래전에 상실한 것이다.
당신이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것이다. 개인(individual)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나눌수(divide)없다는 것이다. 따로 떨어진 부분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완전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생물학적 실체들은 끊임없이 결합하고 분리되는 작은 부분들로 이뤄졌다. 분리되거나 변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자연선택을 통해 생겨날 수는 없다. 우리가 말하는 영혼이 분리되지 않고 변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면, 그런 실체는 단계적 진화를 통해 생길 수 없으므로, 진화론은 영혼의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영혼이란 부분만은 진화되지 않고 완전체로 출현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영혼의 '영'자도 없는 부모에게서 불멸의 영혼을 지닌 아기가 탄생하는 이유는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지난 세기 과학자들은 사피엔스의 블랙박스 속에 영혼, 자유의지, 자아 같은 것은 없고 그저 물리적, 화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유전자, 호르몬, 뉴런 뿐임을 알아냈다. 결정론과 무작위성이 케이크를 모두 나눠갖고 '자유'에는 부스러기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자유'라는 신성한 단어는 알고 보니 '영혼'과 마찬가지로 의미를 밝히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알맹이 없는 용어였다. 자유를 관 속에 넣고 못을 박은 것은 바로 진화론이다.
현대에 이르러 드디어 "기아, 역병, 전쟁"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준으로 만든 인류가 앞으로 추구할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이 될텐데, 이것을 주도할 과학자들은 자유주의 세계관에 내재된 결함을 폭로함으로 현대인이 신봉하는 자유, 인권, 평등, 민주의 가치를 말살할 것이다.
수도자들이나 철학자들이 뭐라든 자본주의에게 행복은 곧 쾌락이다. 매년 더 나은 진통제, 새로운 맛의 아이스크림, 더 편한 매트리스, 덜 지루한 게임을 계속 생산한다. 그럼에도 호모 사피엔스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므로 쾌락을 영원히 지속하도록 몸과 마음을 재설계하려고 할 것이다. 모든 정부, 기업, 조직들이 성장의 관점에서 성공을 평가하고, 소득과 삶의 척도를 높여야 한다고 개인들을 세뇌한다. 인간은 탐욕에 쉽게 물들고 어제의 사치는 오늘의 필수품이 된다. 어디로 질주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탐욕과 혼돈의 시스템을 신성화했다. 근대 이후의 '더 많이'라는 교의는 거의 모든 종교, 이념, 시민운동이 만나는 중요한 접점이 되었다. 각자 매우 다른 가치와 목표를 추구한다고 주장하나 모두 경제성장이 목표실현의 열쇠라고 믿는다. 경제성장이 세계 모든 곳에서 거의 종교적 지위를 획득했다는 증거이다. 성장에 기여하지 않는 개인의 가치는 급속히 상실될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로도 기계화가 대량실업을 초래하지 않은 것은 사람이 기계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기본 능력인 육체 능력과 인지 능력중, 기계가 육체 능력을 대체하더라도 인간은 더 잘하는 인지 능력을 늘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비의식적 알고리즘이 우리의 인지능력을 뛰어넘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21세기 경제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마도 '그 모든 잉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대한 규모의 새로운 계급이 될 것 이다. 그들은 경제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어떤 가치도 없고 사회의 번영, 힘, 영광에 아무런 기여도 못하는 그래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쓸모없는 대중을 먹이고 부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에 몰입하고 만족할까? 약물과 컴퓨터 게임이나 3D 가상현실 세계에서 가짜 경험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쓸모없는 게으름뱅이들이 뭐가 신성한가?
하라리는 이 책이 단지 예측이지 예언이 아니며, 이 예측에 반응해 미래가 바뀌기 원해 던지는 선택을 위한 논의의 한 방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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