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2
기다림 2
성경은 과거의 약속(covenant), 성취된 약속, 앞으로 성취될 약속을 기록한 책이다. 그래서 영어의 Old/New Testament를 한글로는 구약/신약이라고 번역하였다.
일반적인 약속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약속은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정한 것이다. 약속을 믿는 사람은 그 약속이 지켜질 것을 믿고 그 때까지 기다린다. 문제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약속은 그 약속이 지켜질(성취될) 시점이 명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은 기다림이다.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의 알바 아니요" (사도행전 1:7)
믿음 속의 기다림은 지속적인 관심과 확인으로 나타난다.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나가 퇴근 길의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과 가족의 편지와 전화와 만남을 기다리며 수시로 확인하는 사람, 타는 가뭄 속에서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비를 기다리는 농부, 목마름 속에서 물을 찾아 헤메이는 사슴... 현대의 교회는 과연 이런 기다림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한 서정윤 시인의 기다림은 읽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모태솔로의 아픈 독백이지만, '홀로서기'로 작정한 체념 속의 희망사항일 뿐 그리스도인의 기다림과는 다르다.
"파숫군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내 영혼이 주를 더 기다리나니 참으로 파숫군의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도다" (시편 130:6)
My soul waits for the Lord More than the watchmen for the morning; Indeed, more than the watchmen for the morning.
"내가 진실로 속히 오리라 하시거늘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요한 계시록 22:20)
"Yes, I am coming quickly " Amen Come, Lord Jesus.
때를 정하지 않고 기다리게 하시는 것이 언뜻 불공평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돌아올지 조차도 불확실한 인간들을 지켜보며 수천년을 기다리고 계신 하나님을 생각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기다림은 참 쉬운 편이 아닐까...
"나오미야, 아버지는 네가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시며, 만일 밤중에라도 와서 현관 문이 잠겨 있어 그대로 가 버리면 딱한 일이 아니겠냐고 하시면서 그때부터 밤이나 낮이나 현관을 잠근 일이 한번도 없었단다. 설마 밤중에 올 리야 있겠냐고 내가 말했지만 말야. 그랬는데 역시 밤중이었구나."
"아아..." 목사관은 곧잘 좀도둑이 노리는 곳이다. 나오미는 자기도 모르게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2년이 넘도록 매일 밤낮으로 부모님이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자기를 그렇게 기다려 주었는가 생각하니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미우라 아야코 (三浦 綾子) 著 "양치는 언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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