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합의 일기 (1) - 희한한 족속
라합의 일기 (1) - 희한한 족속
(고난 주간 중에 여행기를 올리기는 좀 그래서 일주일 간 쉴까.... 하다가.... 몇 년 전에 썼던 글인데 오늘부터 여호수아서를 읽게 되어 다시 꺼내 읽으면서 재출간 😁 해봅니다 )
성 안이 요즘 몇달째 불안하고 뒤숭숭하다. 히브리인들이라고 불리우는 족속 때문이다. 이 희한한 족속의 이야기는 어릴 때 할머니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이곳 여리고 성에서 이집트로 가는 길을 따라 4일 정도 남쪽으로 가면 시작되는 큰 광야가 있는데 이 곳에서 엄청난 수의 한 족속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듣기로는 할머니가 젊으셨던 시절 즈음에 이집트에서 도망쳐 나온 노예들이라고 했다.
그들이 도망쳐 나올 때 이집트에서는 온갖 천재지변들이 있었다고도 한다. 그들을 내보내달라는 노예의 대표자 요청이 거부될 때마다 피, 개구리, 이, 파리, 피부병, 우박, 메뚜기떼 등으로 이집트 전체가 초토화 되었다고도 하고, 대낮에 칠흙같은 어둠이 뒤덮여 이집트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했다고도 하고, 급기야는 이집트 내의 모든 가축의 첫 수컷과 사람들의 첫째 아들이 전부 죽어버렸다고도 한다. 결국 이집트 왕 파라오가 노예들에게 가도 좋다고 했는데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군대를 동원해 홍해 바다 막다른 곳에 몰아 넣었더니, 그 거대한 바다가 그들 앞에서 갈라져 히브리 노예들은 이집트 군대를 피해 이 편으로 건너왔고, 그 뒤를 따라 군대가 추격하여 들어섰을 때에는 바다가 다시 물이 넘쳐 군대의 대부분이 익사 했다고 들었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그 히브리인들이 수 백년 전 이곳 가나안 지역에서 이집트로 이주했던 사람들이라서, 이집트를 떠나 다시 이 곳으로 올 것이라는 소문이 함께 전해졌기 때문에 그 일이 벌어졌을 당시 주변의 모든 성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극도로 긴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남쪽 광야 경계부근에 위치한 가데스바네아에서 진쳤던 히브리 노예들은 호르마란 곳에서 아말렉 족과 싸워 한번 힘없이 패한 뒤로 이곳으로 오지 않고 방향을 돌려 큰 광야에서 살기 시작했다. 왜 그들이 광야를 그들의 살 곳으로 택했는지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곳은 메마르고 척박해서 농사는 커녕 마실 물도 찾기 힘들고 위험한 불뱀과 전갈들이 득실거리는 극히 위험한 지역인데, 그들은 수 많은 소와 양과 염소떼를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몇년간 그들을 주시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옮겨 다녔는데 길게는 한 곳에서 1년도 있었지만 어떨때는 겨우 하루 저녁 지나 다시 옮기기도 했다고 한다. 히브리인들의 수는 엄청나서 한번 천막을 치고 자리를 잡으면 끝에서 끝까지 빨리 걸어도 반나절은 족히 걸어야 다다를 정도로 큰데, 노예라는 출신에 걸맞지 않게 질서정연한 천막의 배치와 이동은 마치 거대한 군대와도 같다고들 했다.
시도 때도 없이 늘 옮겨 다니다 보니 다들 조그만 천막을 쳐놓고 살았는데 그들이 머무는 곳 중앙에 늘 쳐 놓고 제사를 지내는 하얀 천막은 신기하게도 구름 같은 것이 늘 덮여 있고 그 구름이 움직이면, 나팔이 울리고 그 즉시 히브리인 모두가 천막을 걷어 그 구름을 따라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신의 임재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한 것일까.... 어쨌거나 조그만 구름 하나를 그 많은 사람들이 졸졸 따라 다니면서 수십년째 광야를 맴돌다니... 제 정신들인지 모르겠다.
그들이 무엇을 먹으며 연명하는지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외부 족속들과는 단절된 떠돌이 생활을 하기 때문에 어디 가서 곡식을 사오는 것도 없었는데도 그들은 분명 곡식처럼 보이는 것을 매일 먹고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침마다 풀 한포기 없는 들에 나가 뭔가를 주워다가 먹는다는데 나중에 가서 도대체 무엇을 주워간 것인지 살펴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고들 입을 모았다.
그렇듯 많은 주목을 한동안 받았지만 그런 엄청난 신을 모시는 족속이라면 왜 광야에서 그렇게 힘 없고 대책없이 떠돌고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과 함께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자연스레 멀어졌고, 나 역시 어릴 때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히브리의 신은 정말 엄청나게 강한 신인가 하며 놀랐지만 자라면서 많이 들은 다른 신 이야기들 이야기에 섞여 히브리 신의 이야기도 자연스레 함께 내 머리 속에서 점점 희미해져 갔었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속에 등장했던 이 히브리 사람들이 사람들의 관심에 다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얼마전 이들이 수십년간 살던 광야 지역을 벗어나, 40여년전 그들이 크게 패한바 있는 호르마와 그 일대를 모조리 휩쓸어버리고, 이어서 가나안 지역의 동북부에 있는 헤스본과 바산으로 가 전쟁을 벌여 그곳을 점령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그 지역에 사는 아모리 족은 모두 엄청난 거인들이고 특히 바산의 왕은 보통사람보다 두배 이상 커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떠는 존재였는데, 경악스럽게도 그 불패의 아모리 족속들이 노예 출신의 히브리 인들에게 전멸을 당했다는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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