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역을 누르면 첫 페이지로 이동
Nearer, Still Nearer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Nearer, Still Nearer

페이지 맨 위로 올라가기

Nearer, Still Nearer

Nearer, still nearer, close to Thy heart ...

정말 '금값'이 되어버린 금

  • 2025.10.06 15:02
  • 경제 공부

지난 주말이 누나 손자의 첫돌이었습니다. 돌반지로 1돈 (3.75g) 짜리로 해주는 것이 한국에서 오래된 관례인데, 너무 올라버린 금값 때문에 1돈짜리가 73만원이나 하더군요 (미국 시세 $448.86/돈 = $3,723/Tr-oz). 😱 그래서 그런지 10여만원 선의 0.5g 짜리가 제일 많이 팔리는것 같아 보였습니다.

[참고] 표준 Avoirdupois ounce = 28.35g 이지만 귀금속의 경우 9세기 영국 상인들이 거래하던 프랑스 Troyes의 귀금속 장터 거래 단위에서 비롯된 Troy ounce = 31.1034768g = 1.0971 oz 를 사용함

 

호기심에 큰 아이가 돌이던 1997년 1월때의 금시세를 찾아보니 1돈에 미국 시세로 $43.16 (=$358/Tr-oz) 였네요. 당시 환율이 860원/$ 였으니까 3만 7천원 정도 되었습니다. 28.5년 사이에 미국 평균 임금 인상은 2배 남짓한데, 미국 금 시세는 10.4배, 한국 시세는 달러 가치도 많이 올라서 무려 17.9배가 뛴거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봉급장이들의 생활이 점점 팍팍해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 봅니다 (한국 경제 1966~2015년의 인플레이션 - GDP vs 짜장면, 영화, 버스 가격 비교)

 


 

많은 사람들에게 값이 오르지 않는 것으로 기억 되던 금이 갑자가 왜 이렇게 오르는 것일까요?  실제로 1981~1996년 사이 15년간 금 값은 변동이 거의 없었고, 구간을 조금 넓혀 1980~2002년 사이 22년을 보면 금 값은 거의 반토막이 났습니다.  다른 자산과는 달리 임대 수익, 배당금, 이자 등도 없으니 이 시기에는 아주 형편 없는 투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간을 더 넓혀 55년간을 보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원래 기축 통화국들이 모두 금본위제도(金本位制度 / Gold standard),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에 비례하는 금을 보유하는 제도를 유지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35 당 1 Troy ounce의 금을 보유하고 있어서 금 가격은 36년간 변동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1차 세계대전 후 재건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자금이 필요해지면서 1931년 영국이 먼저 이 제도를 포기했고, 2차 세계대전 후인 1971년 미국도 포기하면서 달러화의 평가절하에 따라 금 가격 상승이 시작되었습니다.  중간에 6년간 겪은 석유 파동의 후유증도 있어 10년간에 걸쳐 금 가격은 무려 10배나 상승했지요.  

 

같은 10년간 인플레이션(inflation)도 너무 커서 미국 물가는 2.5배나 뛰었기 때문에 정부들은 무려 15%가 넘는 금리로 물가를 잡았습니다.  엄청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물가와 경제는 안정되기 시작했고, 기술 시장을 중심으로 미국의 주식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자 금에 대한 매력은 감소했습니다.  금 채굴량은 늘었고, 1981~1990년 사이 금 가격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냉전시대가 끝나자 1991~2000년 사이 각국의 중앙 은행들은 대량으로 금을 매도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금 가격은 32%나 떨어지게 되었지요.  제법 높은 금리 덕에 이 시절은 특별한 재테크 노우하우(know-how)가 없는 사람들도 열심히 일해고 절약해서 은행에 저축만 부지런히 해도 복리 이자로 제법 괜찮은 자산을 형성할 수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20년간 길게 굴욕(?)을 맛보던 금은 2000년 닷컴 버블이 붕괴되고, 알카에다의 9.11 공격이 있은 후로 긴 반등을 시작합니다.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은 부랴 부랴 금리를 1%까지 낮췄고 주식 시장의 돈은 주택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천천히 회복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고, 이어 남유럽 국가들이 국가 부채 위기에 직면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금리를 0%에 가깝게 낮추게 되었지요.  이 시기에 금 가격은 2002~2012년 동안 5배나 올랐다가 다시 진정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2018년 7월 미국은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 죽이기'를 시작했고,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4년간 점차 높여왔던 금리를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이어 2019년 3월 전세계를 죽음의 공포에 몰아넣은 COVID-19 팬데킥이 터지자, 각국 정부는 금리를 갑자기 0%에 가깝게 낮추고 엄청난 양의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돈을 찍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통화 가치가 비례해서 떨어지게 된 것이지요.  이에 맞춰 금 가격은 기지개를 켜고 상승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금방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전쟁은 3년 반이 넘도록 끝이 보이지 않고, 서유럽과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상당한 재정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자 20년 전 금을 매도했던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다시 금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5년간 금 가격은 3배가 넘게 상승했습니다.

 

 

금 가격이 오른 다는 것은 그에 비례해 달러화의 가치가 평가 절하 되고 있다는 뜻인데, 단순히 달러와 유로화/엔화 등과의 환율만으로는 지속적 강세를 보이는 상황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지만, 그건 대부분의 나라들도 비슷한 처지라서 그런 것이고 중앙은행에서 찍어내는 통화량, 즉 재정 적자 규모를 보면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요/공급 원칙에 따르면 통상 금리와 금 가격은 반대로 (negative correlation) 움직인다는 것이 근 15년 간 정설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후로는 금리가 올라갔는데도 불구하고 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이 상관 관계도 무너졌습니다.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움직일 정상적인 시장이 아닌 향후 국제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이 더 크게 좌우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이 상관 관계는 1970년부터의 55년간을 보면 별로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처: Bloomberg Finance L.P.. Data as of December 11, 2024]

 

앞으로 금 가격이 더 오를까요?  아니면 다시 긴 잠에 들어갈까요?  국제 정치 상황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 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뇌피셜로 추측해 봅니다.  과거 상승세를 탈 때 올랐던 규모를 고려한다면 2019년부터 시작된 3배 이상의 가격 인상은 이미 꽤 커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재정 적자 규모가 앞으로 얼마나 잘 통제될까의 여부에 달렸지 않을까요?

 

[출처: https://www.visualcapitalist.com/timeline-150-years-of-u-s-national-debt/]

 

금을 '안전 자산'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 하나가 증권 시장이 흔히 겪는 거품(bubble)의 가격 동향을 금은 따르지 않았다는 점인데, 정보 홍수 시대의 금값 폭등도 여전히 그럴 것인지 궁금하네요.

 

장 폴 로드리그 교수의 ‘버블 커브( 민스키 모델)’

 

  • 파죽지세 금값에 웃는 이탈리아…"국가부도위기 때도 안팔았다" (연합뉴스 2025년 10월 16일자)
  • "달러 지배력, 느리지만 확실하게 저물고 있다" (조선경제 Weekly Biz 2025년 10월 17일자)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 (새창열림)

'경제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동산/주식의 거품 지표 (bubble indices)  (0) 2024.09.05
자본주의: 멈출수 없는 자전거 바퀴  (6) 2021.04.30
Credit vs Debit: 의미가 뒤바뀐 단어  (5) 2021.04.23
Inflation  (2) 2016.12.07

댓글

이 글 공유하기

  • 구독하기

    구독하기

  • 카카오톡

    카카오톡

  • 라인

    라인

  • 트위터

    트위터

  • Facebook

    Facebook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 밴드

    밴드

  •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 Pocket

    Pocket

  • Evernote

    Evernote

다른 글

  • 부동산/주식의 거품 지표 (bubble indices)

    부동산/주식의 거품 지표 (bubble indices)

    2024.09.05
  • 자본주의: 멈출수 없는 자전거 바퀴

    자본주의: 멈출수 없는 자전거 바퀴

    2021.04.30
  • Credit vs Debit: 의미가 뒤바뀐 단어

    Credit vs Debit: 의미가 뒤바뀐 단어

    2021.04.23
  • Inflation

    Inflation

    2016.12.07
다른 글 더 둘러보기

정보

Nearer, Still Nearer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Nearer, Still Nearer

  • Nearer, Still Nearer의 첫 페이지로 이동

검색

메뉴

  • HOME
  • 모든 글 보기
  • TAG
  • Admin

카테고리

  • 전체보기 (1246)
    • 묵상 (79)
    • 선교 & 선교단체 (46)
    • CCM & 성가 (40)
    • 내 생각에는... (77)
    • 이런 것은 나누고 싶어... (79)
    • 사진&동영상 (103)
    • 여행스케치 (263)
      • 미국 San Francisco (8)
      • 미국 California (50)
      • 미국 Other States (24)
      • 영국 London 2023 (30)
      • Iceland & Faroe 2022 (33)
      • Norway & Paris 2015 (36)
      • 아키타 & 아오모리 가을 2024 (17)
      • 홋카이도 겨울 2018 (11)
      • 홋카이도 겨울 2017 (10)
      • 홋카이도 여름 2016 (3)
      • 홋카이도 가을 2015 (4)
      • 홋카이도 이른봄 2015 (9)
      • 일본 칸토(関東) (13)
      • 한국 (12)
      • 아시아 (3)
    • 이것저것 (124)
    • 미국생활 (71)
    • 서재(書齋) (27)
    • 발자취... (14)
    • 빛 바랜 앨범 (15)
    • 음악 (59)
    • 밴드 음향 (7)
    • 영화&드라마 (47)
    • 음식 (50)
    • 북가주 맛집 (24)
    • IT (29)
    • 경제 공부 (5)
    • 쇼핑 가이드 (8)
    • ㅋㅋㅋ (55)
    • 1면기사에 대한 斷想 (24)

최근 글

인기 글

댓글

공지사항

  • 공지 - AdSense 수익을 위한 Ctrl-C & Ctrl-V 댓글들 차단
  • 공지 - Nearer, Still Nearer

아카이브

태그

  • 미국
  • 묵상
  • California
  • 사진
  • 캘리포니아
  • 홋카이도 여행
  • 기독교
  • 홋카이도

나의 외부 링크

  • 프라치노 공간

정보

더가까이의 Nearer, Still Nearer

Nearer, Still Nearer

더가까이

블로그 구독하기

  • 구독하기
  • RSS 피드

방문자

  • 전체 방문자
  • 오늘
  • 어제

티스토리

  • 티스토리 홈
  • 이 블로그 관리하기
  • 글쓰기
Powered by Tistory / Kakao. © 더가까이. Designed by Fraccino.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