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알못의 바스크 치즈케익 만들기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 만들줄 아는 음식도 디저트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유일하게 만들줄 알던 디저트 (dessert) 가 시판 파이껍질 (pie crust) 사다가 레시피 대로 속재료 휘휘 저어 구워만 내면 되는 호두파이였는데요, 그것보다 "더" 만들기 쉬운 디저트를 발견해서 만들어 봤습니다.
재료는 수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크림 치즈, 계란, 설탕, 크림, 밀가루가 전부이고, 도구는 계량용 저울, 케익틀, 오븐만 있으면 됩니다. (핸드 믹서가 있으면 더 쉽긴 합니다)
간단 요약
- Philadelphia 크림치즈 3개 (=1.5lbs = 680g)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중속으로 휘젓는다.
- 설탕 200g 추가 (저속)
- 크림 310g + 밀가루 30g 섞은 것 추가 (저속)
- 계란 220g + 바닐라 액 1 tsp 을 추가 (저속)
- 220°C (428°F) 로 예열한 오븐에서 짙은 갈색이 될 때까지 (40~60분) 굽는다
자세한 설명
사용한 레시피
https://www.recipetineats.com/basque-cheesecake/
RecipeTinEats에 게시 된 나기 마에하시 (Nagi Maehashi) 의 것. 호주 (Austrailia) 거주 일본인. 프랑스의 저명한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Le Cordon Bleu) 의 강사인 Jennifer Pogmore의 도움으로 일차 레시피를 만든 후 RecipeTin의 수석 셰프인 Jean-Baptiste Alexandre과 함께 25가지 이상의 방법을 시도해 가며 완성한 레시피라고 합니다.
필요한 도구들
- 계량용 저울
- 케익틀 (cake pan): 스프링이 있어 분리 가능한 것 (springform pan, 스프링폼 케익틀/케익팬) 이 편리합니다만, 일체형도 괜찮습니다. 높이는 대략 2.5inch (=6.4cm) 이상이 필요합니다.
- 거품기 (whisk) 혹은 핸드 믹서 (hand mixer)
- 유산지 (parchment paper): 폭이 케익틀의 지름 + 높이x2 이상 되는 것.

재료
- 지름 8inch = 20cm 1개 기준입니다. (12인분. 400Kcal/인분)
케익틀 크기가 다를 경우 틀 지름의 제곱에 맞춰 양을 조절하세요. 1 inch 정도 차이는 괜찮습니다. 저는 9inch 틀 사용했습니다. - 크림 치즈 (cream cheese): 680g ~ 750g. 저지방 (low fat) 사용 금지.
레시피에는 750g=1.5lbs 라고 쓰여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750g은 1.653lbs 입니다. 호주에서는 gram 단위를 사용하니, 750g이 맞을것으로 봅니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CostCo에서 파는 Philadelphia 0.5lbs 6개 묶음이라서 ($10.99), 그냥 추가 없이 3개 (=1.5lbs = 680g) 를 사용했습니다. - 설탕: 200g
- 헤비 크림 (heavy whipping cream): 310g. 저지방 (low fat) 사용 금지.
- 다목적 밀가루 (all purpose wheat flour, 중력분): 30g
- 계란: 220g (큰 것 약 4~5개) 반드시 계량해서 10%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할 것.
- 바닐라 추출액 (vanilla extract): 1 티스푼
만드는 순서
- 유산지를 재단하지 않고 구겨서, 케익틀에 집어 넣습니다.
바깥 둘레 부분의 무질서하게 그을린 문양이 오리지널의 특징입니다.
케익틀에 스프링이 없으면 유산지를 하나 더 까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필수는 아닙니다. - 재료들을 미리 계량해서 준비해 둡니다.

만드는 순서
- 크림 치즈와 계란은 상온에 가까와지도록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둡니다. (약 2시간 전)
- 헤비 크림은 섞기 전에 마이크로 웨이브에 50% power로 310g (케익 한개 분량) 당 40초 정도 데우면 밀가루와 잘 섞입니다.

- 계란을 포크 (fork) 등을 사용해 가볍게 휘저어 둡니다. (너무 저으면 거품 생김)
- 넉넉한 그릇에 밀가루를 넣고, 1/4 (약 80g) 정도의 크림을 부은 후 덩어리가 남지 않게 잘 섞어 반죽이 되도록 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이 부어버리면 덩어리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 함) 반죽에 나머지 크림을 1/4 정도 씩 추가해 가며 잘 섞고 마지막에 바닐라 추출액을 추가해서 섞습니다.
- 오븐을 켜 220°C (428°F) 로 예열을 시작합니다.
- 크림 치즈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휘젓습니다. (핸드 믹서 중속 2분 정도)
부드럽게 만드는 것이 다른 재료들을 추가해 섞을 때 중요한데, 실내 온도가 낮은 편이거나, 크림 치즈 온도가 너무 차가운 경우에는 마이크로 웨이브에서 50% power로 0.5lb 한개당 40초 정도 데워주거나, 중탕을 하도록 하세요. 대량 생산을 하는 업소의 경우 용기를 토치(torch)로 가열하기도 합니다. - 설탕을 추가하고 계속 젓습니다. (핸드 믹서 저속 10초 정도)
- 앞서 준비한 밀가루+크림을 추가하고 계속 젓습니다 (핸드 믹서 저속 유지)
- 마지막으로 계란물을 추가하고 젓습니다 (핸드 믹서 저속 유지)
계란이 웬만큼 섞이면 곧바로 중단해서 거품 생기는 것을 최소화 합니다. - 섞은 것을 케익틀에 부은 후, 카운터에 몇 번 내리쳐 거품이 위로 올라오도록 만든 후, 칼로 크게 생긴 거품들을 터뜨립니다.

- 오븐 중간에 넣고 짙은 갈색이 나올때까지 구워줍니다. 오븐에 따라 40~60분 정도로 시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 가정용 오븐의 경우 오븐내 온도가 균일하지 않으므로, 한개 이상을 구울 경우, 시간의 2/3 정도 지난 후 위치를 한번 바꿔주면 좋습니다. (1개만 구울 경우 180도 회전, 2개를 한꺼번에 구울 경우 좌우 위치 교체)

- 거의 다 구워지면 옆 부분은 마치 수플레 (soufflé) 처럼 부풀어 오르고 윗면은 마이야르 현상 (Maillard reaction) 을 일으키며 짙은 갈색을 띄게 됩니다. 검게 탄 부분이 생기기 직전까지 구워 주세요.

- 꺼낸 후 뜨거울 때는 케익이 출렁거리니, 식히는 것은 틀에 둔채로 하세요.
- 다 구워진 케익은 2~3시간 가량 식힌 후 냉장고에서 4시간 이상 두었다가 차갑게 먹기를 권합니다. (원래 레시피에는 냉장고에서 8시간 이상)
- 3~4일 간 냉장고에 두고 드셔도 되며, 양이 너무 많으면 잘라서 비닐 랩 (plastic food wrap) 으로 2번 감싼 후 냉동했다가, 먹기 하루전 저녁에 냉장고에서 해동해 드세요.

냉장고에서 식힌 케익 완성품입니다. 식힌 후에는 부풀었던 것이 내려 앉으면서 색깔이 더 짙어 집니다.

깨끗하게 자르고 싶으면 끓는 물에 칼을 잠시 담갔다가 물기를 닦고 자르세요. 스테인레스 칼은 열전도성이 높아 한번 자르면 곧바로 식으니 10초 정도 다시 담가야 합니다.


치즈케익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15세기 영국에서였습니다. 이스트를 빼고 계란을 넣은 지금 형태의 치즈케익은 유럽에서 18세기경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유럽 각국, 미국, 아시아, 남아프리카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치즈케익이 생겨났는데, 그 중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치즈 케익 3가지 종류를 비교해 보면
- 뉴욕 치즈케익: 가장 널리 알려진 전통적 치즈케익으로 1872년 미국 뉴욕주 체스터 (Chester) 시의 윌리엄 로렌스 (William Lawrence) 가 처음 개발했다고 합니다. 뻑뻑할 정도로 짙은 농도와 진한 맛의 치즈, 그리고 쿠키 혹은 크래커(Graham cracker)로 만든 파이 껍질 (pie crust)이 특징입니다. 미국에서는 70여년 전통의 치즈케익 팩토리 (The Cheesecake Factory) 가 꽤 유명합니다.
- 일본 치즈케익: 쉬폰 케익 (chiffon cake)이나 수플레 (soufflé-style) 처럼 부풀려 만든 것으로 엄청 폭신하고 (fluffy) 휘청거리는 (wobbly) 식감과 가벼운 맛이 특징입니다.
- 바스크 치즈케익: 스페인의 자치주인 바스크 (Basque) 지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부드럽고 쫄깃한 (gooey) 식감과 살짝 탈 정도로 카라멜화 된 (caramelized) 겉이 특징입니다.

5천년 이상 단일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는 오랜 역사의 바스크 지방에서 풍기는 '전통'의 느낌과는 달리 바스크 치즈케익의 역사는 무척 짧습니다. 1980년대 말 ~ 1990년대 초 동안, 미식가 성지로 알려진 산 세바스티안 (Donostia, San Sebastian) 시에서 식당 라비냐 (La Viña) 를 운영하는 엘라디오/안토니오 리베라 (Eladio and Antonio Rivera) 형제와 그들의 부인인 카르멘/콘치 (Carmen and Conchi)가 함께 오랜 시간을 들여 탄생시킨 결과물입니다.

탄생 후 30여년간 아는 사람들에게만 서서히 알려져왔던 이 치즈케익은 2018년 런던에 개업한 바스크 음식점 브랫(Brat)이 온갖 찬사를 받으면서, 이 식당의 메뉴에 있던 바스크 치즈케익은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제과점과 식당들은 앞을 다투어 자신들만의 바스크 치즈케익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쉽다는 것은 바스크 치즈케익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들인 노력(?)에 비하면 맛은 너무도 훌륭합니다. 고지방의 크림치즈와 크림이 설탕과 만난 후 마이야르 현상 (Maillard reaction) 을 거쳐 만들어내는 살짝 그슬린 단맛은 과일이나 크림등을 추가할 필요도 없이 크림치즈 자체에서 우러나는 새콤한 맛과 어우려져, 혀 위에서 녹아져 내리며 도파민 폭탄을 선사합니다.
저 같은 요알못 쌩초보도 쉽게 만들 수 있으니, 무슨 할 말이 더 필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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